[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SBS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인적분할에 대한 사전승인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언론시민사회단체가 태영건설의 지배구조 변경 사전승인을 거부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SBS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은 지난 1월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을 하고 경영 전문성과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의사를 밝혔다.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 목적의 지주회사로 TY홀딩스(가칭)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존속회사인 태영건설과 신설회사인 TY홀딩스의 분할 비율은 약 51 대 49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5월 중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을 최종 승인받게 되며 오는 6월 30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의 분할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4월 SBS의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에 대한 사전승인 기본 계획을 심사하고 의결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이하 방송독립시민행동)’은 5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6일)부터 3일 동안 SBS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인적분할에 따른 사전승인 심사가 진행된다”며 “태영건설의 지배구조 변경이 SBS의 공공성 제고에 도움이 되긴커녕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만 몰두한 고차방정식 풀이임이 분명함에도 방통위는 이 심사에서 형식적 조건만을 내리며 방치할 생각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현재 ‘태영건설(모회사)-SBS 미디어홀딩스(자회사: 지주회사)-SBS(손회사)-콘텐츠허브’로 이어지는 구조가 ‘TY홀딩스(모회사: 지주회사)-SBS 미디어홀딩스(자회사: 지주회사)-SBS(손회사)-콘텐츠허브(증손회사)’ 구조로 바뀌게 된다. 즉 지주회사 2개가 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시 공정거래법과 방송법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8조2(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의 손회사는 증손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 100%가 아닐 경우 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SBS가 콘텐츠허브를 비롯한 DMC미디어 등 SBS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광고 등을 판매하는 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소유해선 안 된다는 방송법과 충돌한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TY홀딩스 설립 이후 SBS 미디어홀딩스 산하 모든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지분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그렇게 되면 윤석민 회장 일가는 사익을 위해 SBS의 모든 기능을 공중 분해하고 심지어 매각할 수도 있다. 9개 지역민방의 편성 60% 이상을 차지하는 SBS의 문제는 지상파 민영방송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각에선 SBS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자산 규모는 8조 3천억 원이다. 방송법에 따라 자산 규모가 10조 원이 넘으면 태영건설은 SBS의 지배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가지고 있는 회사 중 TSK코퍼레이션 등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있는데 그 기업들이 상장되면 재평가받을 것이고 기업 가치는 올라 자산 규모 10조 원은 금방 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매각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TY홀딩스 설립 목적은 윤석민 회장 일가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것, 오직 그 하나”라며 “이런 목적을 간과한 심사는 지상파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감시를 방통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민 회장은 2008년 지주회사 설립 때의 약속을 저버렸음에도 또 다른 지주회사를 만들려 하고 있다”며 “SBS 창사 이래 300억 원의 자본금 이외 어떤 투자도 하지 않은 태영건설이 SBS와 9개 지역 민방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뿐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또한 방통위의 책임”이라며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상파방송을 유린하려는 태영건설에 대한 사전승인 거부로 엄중한 경고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례 없는 결정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며 “전례를 따를 것인지, 공공성에 기반한 새로운 지상파 민영방송의 이정표를 세울 것인지 결단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