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는 가장 보편적 방법으로 전달돼야 한다

[사설] 공중파는 가장 보편적 방법으로 전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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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진신우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공중파 방송의 시작은 라디오 방송이었다. 방송국에서 AM 변조 방식으로 송신을 하면 가입자는 아주 간단한 회로만으로도 쉽게 수신할 수 있었다. 간편하고 저렴한 수신기는 가입자를 늘리는 기본 원칙이었다. 라디오 수신기는 여전히 모든 자동차에 탑재돼 있으며 스마트폰에도 내장돼 있으니 전 국민이 한 대 이상 가지고 있는 셈이다. 흑백 TV 방송부터 시작해서 컬러 방송으로 진화했고, 디지털 HD TV 방송까지 왔다. HD TV 방송 초기, HD TV 가격은 고가였지만 그 당시 국민들은 HDTV 방송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있었다. HD TV 없이도 셋톱 형태의 수신기, PC용 TV 튜너 등을 통해서 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었으며, 일부 마니아들은 HD TV 수신카드를 활용해 공중파 TV를 녹화해서 즐기는 재미도 누릴 수 있었다.

UHD 방송 초기에는 전송 방식까지 변경해가면서 ATSC 3.0을 표준 전송 방식으로 결정했다. ATSC 3.0 방식으로 하면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방송기술인들 사이에서 나왔으며, UHD 방송은 지상파방송의 미래이며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상파 UHD 시청을 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너무나도 높았다. 실내 안테나는 기대만큼 수신 성능이 나오지 않았고, UHD TV 셋톱조차 구할 수가 없다. 방송사는 콘텐츠 보호 목적으로 CAS를 걸었고, 한국형 UHD TV는 LG, 삼성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UHD TV는 프리미엄 가전에서나 볼 수 있는 제품이 돼 버렸다. UHD TV를 만드는 회사는 두 곳밖에 없으니 올바른 경쟁이 될 리 없다.

전 세계인들이 쇼핑하는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TV TUNER를 검색해보자. DVB-T 방식의 TUNER는 커피 몇 잔 값에 구할 수 있지만 ATSC 3.0 TUNER는 전무하다. TV 가전제품의 기대수명은 7.5년이라고 한다. TV를 한번 사면 7년 이상은 그냥 쓴다는 이야기이다. 언제부터인가 지상파 TV는 시청하기 매우 어려운 미디어가 되어버렸다. 대신 그 자리는 IPTV나 케이블 방송이 자리 잡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스스로 공중파 방송이라는 기본 소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

TV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본인의 주거 환경에서 UHD를 수신할 수 있는지 알 방법도 마땅히 없다. UHD 채널을 포함해 공청 시설이 잘돼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LG나 삼성이 생산한 고가의 UHD TV를 구입할 능력이 있는 국민들만 지상파 UHD 방송을 즐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IP 기반의 뉴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파라는 강력한 미디어를 가지고 있다. 데이터양으로 환산하면 UHD 기준 20Mbps 이상으로 브로드캐스트 패킷을 공중으로 전송하고 있는 셈이다. 전 국민이 이 패킷을 받아서 수신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사는 무한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