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준규 CBS 정보네트워크부 엔지니어] 방송 미디어가 UHD 4K/8K 등으로 고품질화되고,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큰 대역폭과 빠른 전송 속도, 그리고 다양한 포맷에 대한 호환성이 요구되면서 새로운 신호 전달 방식인 IP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IP 전송 기술이 SMPTE 2022-6를 지나 SMPTE 2110로 표준화 완료를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IP 신호 전송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목적으로 방송기술교육원 주관으로 방송사 엔지니어 8명이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Evertz 사를 찾았다.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맞아주던 Evertz는 1966년에 설립되어 콘텐츠 제작, 배포, 전달에 필요한 장비 및 Solution을 개발하는 방송 장비의 대표 업체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IP 기반의 방송 장비 및 각종 Solution에 주력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IP 시스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장비의 제조 공장부터 데모룸, 세미나룸, 각종 장비의 연구동, Packing Area까지 넓은 대지 위에 펼쳐진 여러 건물을 보더라도 방송 장비에 있어서 Evertz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각 방송사에서 온 8명의 엔지니어는 Evertz의 아시아 지사장 Yeager의 회사 소개와 공장 견학을 시작으로 ‘IP 시스템의 개요, PTP, IP 컨트롤러, 가상화 Solution, 라이브 제작 시스템, 데이터 분석, IP 시스템 데모’ 등의 내용으로 5일간의 ‘글로벌 IP Technical 전문과 과정’에 참여했다.
왜 IP로의 전환이 필요한가? ‘유연성과 운용 효율성’
전문가들은 신호 전송에서 대역폭 및 속도, 다양한 포맷 호환성, 큰 산업 규모를 가진 IP를 방송에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성 등을 IP 방송 시스템의 장점으로 꼽고 있는데, “왜 IP로의 전환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Evertz의 Fernando는 특히 ‘유연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지금 방송 환경에서는 소스 장비의 수와 신호의 목적지가 점점 많아지면서, 시스템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인프라와 물리적 라인 연결의 증가를 가져오면서, 시스템의 보완·수정에 대한 유연한 대처 및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IP는 스위치를 중심으로 신호의 흐름을 전달한다. 따라서 IP에서는 장비를 시스템에 연결할 때 장비 간 연결이 아니라 네트워크 스위치와 연결하고, 해당 장비를 라우팅과 장비 할당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멀티캐스트’를 활용하여 신호를 다양한 목적지로 전달할 수 있고, 신호를 쪼개고 재결합하는 것이 용이해 다양한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운용의 효율성’을 말했다. 기존에는 신호 전송에서 장비를 제어하기 위해 장비 각자의 제어 시스템을 따로 운영하던 것과 달리, IP 시스템에서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중앙 집중화한 장비 제어, 관리,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IP 제작 시스템, 무엇이 필요할까?
IP 제작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 대한 교육을 마친 후, Evertz의 데모 시연이 있었다. 소스부터 목적지까지 작은 IP 시스템을 구축하여 데모 시연을 하였는데, 이를 통해 IP 시스템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를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위의 이미지는 Evertz의 IP 시스템의 데모 체계도로서, IP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에는 ‘IP 게이트웨이(비디오, 오디오), IP 라우터, 컨트롤러, PTP, 가상화 Solution, 멀티뷰어, 시각적 제어 도구, 그리고 데이터 분석 Solution’ 등이 있다.
1) 장비의 인식과 제어는?
한 장비에서 다른 장비로의 신호 흐름이 직관적인 SDI는 장비의 인식, 연결 및 제어가 쉽다. 그러나 장비가 스위치(라우터)에 연결되는 IP에서는 장비의 인식과 제어가 쉽지 않다. 장비 인식 및 호환을 위한 표준으로 NMOS(Networked Media Open Specification)가 진행 중이며, 장비의 인식과 등록을 위한 IS-04, End Device와 통신/제어에 관한 IS-05, 네트워크 흐름 제어에 관한 IS-06로 구성된다. IS-04(Discovery & Registration)는 다양한 벤더가 생산하는 방송 장비를 IP 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지가 관건이며, Evertz의 경우 현재 약 30여 개 업체의 장비를 지원 중이다. IS-06은 표준안이 확정되지 않아 현재 진행형이다.
장비의 인식, 연결, 제어에 있어서 코어 역할을 하는 것은 ‘IP 컨트롤러’이며, 큰 규모의 방송 시스템에서 빠른 제어 속도, 지능형 인터페이스 제공, 신뢰성과 보안의 확보 등을 고려하여 컨트롤러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IP 컨트롤러가 End Device와 소통하는 방식으로는 IGMP와 Deterministic Routing을 이용한다. IGMP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카메라-IP 라우터-멀티뷰어’로 신호가 연결된다고 할 때, 컨트롤러가 스위치가 아닌 End Device인 멀티뷰어와 직접 소통하여 네트워크에 연결할 것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IGMP는 같은 그룹에 속한 모든 호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대규모 시스템에서 비효율적이며, 대역폭 관리도 지원하지 않기에 시스템이 가능한 대역폭보다 큰 대역폭을 요구받아도 연결해 다른 신호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컨트롤러는 먼저, 라우터와 직접 소통하여 연결을 위한 대역폭이 충분한지 피드백을 받고, 충분하다면 신호 흐름을 위한 길을 만든다. 그 후 라우터는 End Device와 통신하여 IGMP JOIN을 수행하는데 이것이 Deterministic Routing이며, Evertz의 IP 라우터인 IPX, EXE는 이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2) IP 시스템에서 동기화?
IP에서는 IEEE 1588 표준으로 정해진 PTP(Precision Time Protocol)에 의해 장비 간 동기화가 이루어진다. PTP 메시지를 사용하여 동일한 Network에 PTP 타임이 분배되고, 이때, 별도의 추가 장비(분배기, 라인 연결)없이, IP 네트워크를 통해 PTP 타임이 분배된다. GPS에 의해 Lock 되는 복수의 Generator 사이에 있는 ACO가 그중 1대를 선택하는 ‘전통적 동기화 시스템’과 다르게, IP에서는 Generator가 GPS에 의해 Lock 되고, 장비가 그중에서 어떤 Generator를 동기화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는 *BMCA(Best Master Clock Algorithm)에 의해 결정된다. 아래와 같은 BMCA의 6가지 속성을 차례로 비교하여 마스터 Clock을 정하는 방식이다.
* BMCA(Best Master Clock Algorithm) 기준 속성
– Priority1, Clock class, Clock accuracy, Variance, Priority2, ID(MAC)
PTP Clock의 종류에는 Transparent와 Boundary가 있다. 마스터에게서 온 PTP 메시지에 지연(Delay) 정보를 표시하고, 메시지를 수정하여 전달하는 것을 ‘Transparent’라고 하는데, End Device(Slave)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에 과부하로 인해 정확도가 떨어져 시스템이 대규모로 변하는 방송환경에 일반적이지 않다. 이와 다르게 스위치가 우선 Slave가 되어 마스터 Clock에 의해 동기화한 후, 다시 Master로 역할을 바꾸어 같은 네트워크에 속한 End Device를 동기화하는 것을 ‘Boundary’라고 하며, 대규모 시스템에서 부하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3) 소프트웨어 가상화 하드웨어(미디어 프로세싱)
소프트웨어 가상화는 고정된 하드웨어에 개별 라이선스가 부여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다른 기능(프로세싱)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정의 하드웨어를 구축하여 유연성과 효율성, 그리고 경제성을 얻을 수 있으며, IP 시스템이기에 가능하다. 또한 IP로 전환의 핵심이며 목적이기도 하다. Evertz에는 가상화 미디어 프로세싱 소프트웨어로 evEDGE,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하드웨어로는 evBLADE가 있다. IP 가상화의 최종 목적은 상용 하드웨어(COTS)에 특정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만 설치함으로써 특정 기능을 하는 것으로 미래 IP 제작 시스템에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4) 데이터 분석 시스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방송 시스템의 모든 장비로부터 데이터 수집, 검색, 모니터링, 분석을 통해 지능적 시스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Solution이다. Evertz의 Solution으로는 inSITE가 있다. 기존 NMS가 단순 모니터링 위주라면,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각 장비로부터 오는 각종 로그, 상태 정보 등을 수집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재배치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 시나리오 기능을 통해, 특정 이벤트 발생 시에 ‘알림, 이메일 전송’ 등의 자동화 프로세스가 가능하며, 사용자가 필요하고 원하는 대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다양한 타입의 데이터 요소를 추가하는 등 자신만의 대시보드 제작도 가능하다.
IP 기반이기에 가능한 시스템의 데이터 분석은 운영 및 관리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및 서비스를 제안하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IP의 핵심 Solution이라고 할 수 있다.
5) 콘텐츠 자산 관리 및 유통
인제스트, Metadata 관리, QC, 스케줄 리코딩, 선형(스케줄 기반)·비선형 송출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통합 Solution도 볼 수 있었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OTT, Youtube 등의 비 스케줄 기반 비선형 송출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에서 콘텐츠에 입력한 메타데이터를 각 플랫폼에 호환되는 메타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이며, 이를 쉽게 변환할 수 있는지가 좋은 자산 관리 Solution의 조건이 되었다. 또한, 물리적인 인프라보다 클라우드의 인프라를 활용할 미래를 위해,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콘텐츠 자산 관리 Solution의 개발도 중요해질 것이다. Discovery 채널의 사례 스터디를 통해 이런 흐름에 대응하려는 업체들의 노력도 볼 수 있었다.
시대의 흐름, IP 신호 전송으로의 전환
IP로의 전환은 물리적 라인 연결이 줄어들고, 가상화로 인해 하드웨어의 활용도가 좋아진다. 또한 IP의 특성으로 시스템의 유연성이 확보되고, 시스템 확장과 보완에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에 IP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이고 직관적 장비 연결이 없는 대신, 다양한 네트워크 환경과 장비의 프로파일을 설정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며, 복잡한 시스템 구성으로 엔지니어의 전문성은 더 요구될 것이다.
미디어의 고품질화,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제작자와 시청자의 요구가 많아지고, 제작·송출 시스템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는 지금, 새로운 방송 신호 전송 시스템으로 IP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짧았던 5일간의 Evertz 방문 연수였지만, Evertz의 체계적 교육 커리큘럼과 아낌없는 교육 환경 지원으로 IP 시스템과 필수 요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다시 한번 Evertz와 강사를 포함한 직원들, 그리고 교육생의 편의와 보충 교육을 지원해주신 PI International 유승오 부장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