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고] 2기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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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최시중 1기 방송통신위원장이 유임하는 2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출범하였다. 최시중 위원장이 유임하였음을 강조하는 것은 최 위원장으로 인해 2기 방송위원회의 활동이 1기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기 때문이다. KBS, MBC, YTN 등 방송장악, 미디어 관련법 개악, 조중동매 종편 선정 등과 같이 지금의 방송환경을 최악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최시중 위원장의 작품이다. 최위원장은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종편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2기 방통위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난망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그래도 방통위에 대해 당위론적 기대를 해볼 수도 있고, 어려운 환경에서나마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조금이나마 이루어내기를 기대하면서 2기 방통위에 대해 몇 가지 기대를 적어 본다.
단기적 과제로 보면 종편과 지상파 사이의 비대칭 규제를 시정하는 것이다. 이미 법과 시행령에 따라 성립되어 있는 지상파와 종편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수정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용자의 관점에서 볼 때는 지상파나 종편이 거의 동일한 방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비대칭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마땅하다.
비대칭규제 중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지상파는 방송권역에 의존하는 지역방송시스템인 것에 반해 종편은 전국방송이라는 점이다. 지금 지상파는 수입의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역 단위로 지역 프로그램을 일정부분 제작 방송하고 있다. 이는 지자제를 보완하고, 지역성, 지역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노력이다. 종편이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전국방송을 하더라도 지역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높이도록 강제해서 지역성을 담보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또 방송법 시행령 53조 1항에 따라 유료방송들이 종편을 의무 전송하도록 하고 있는 것 역시 시정해야 한다. 지상파 중 KBS1과 EBS만 의무 재전송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모든 종편을 의무 전송하도록 하고 있는 지금의 제도는 불합리하다. 과거 종편을 의무 전송하도록 한 것은 지금과 달리 대기업이나 신문이 진입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중소기업 보호라는 의미와 외주전문채널을 겨냥한 정책적 배려가 작용한 결과다. 기본 전제가 달라진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은 특혜다.
또 종편이 방송광고판매에서 직접 영역을 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뉴스를 하는 종편과 광고주의 직거래가 어떤 파행적 결과를 초래할지 명약관화하다. 지금 신문광고 판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편법들을 생각하면 더욱 우려가 된다. 따라서 종편 역시 방송공공성을 위해 간접판매, 의무위탁을 하고 있는 지상파의 미디어렙제도를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 광고총량제 적용, 비상업적 공익광고 의무 차별, 광고시간·횟수 차별, 생수 등 광고품목 규제 차별 등 여타 광고제도에서 발생하는 비대칭 규제 역시 철폐해야 마땅하다. 편성에서도 국내제작프로그램 편성 비율,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 국내제작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 등에서 종편은 지상파에 비해 그 의무가 적다.
종편에 대한 기존 특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은 종편을 규제하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와 다를 바 없는 종편이 도입되고 상업적 이전투구를 벌임으로써 그 동안 지상파 중심으로 지켜온 방송 공공성이 깨지는 것을 막자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2기 방통위의 최우선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존 비대칭규제를 철폐하기는커녕 1기 방통위에서는 SO의 영업자유를 침해하면서 종편에 황금채널을 연번으로 배정하거나 더 나아가 지상파 자리에 종편을 배정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다. 최시중 위원장은 소위 취약방송들까지 내고 있는 방송발전기금을 종편에게는 유보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2기 방통위의 산이 더 높다.
전술한 문제들이 1기에서 가능했던 것은 사실 방통위의 독임적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비록 정부조직법 상 정부 기구라 하더라도 방통위는 설치할 당시 취지로 볼 때 합의제적 독립기구였다. 하지만 실제 방통위 설치법은 위원장의 독임제적 권한을 강화시켜 놓았다. 최시중 위원장을 이를 최대한 활용했다. 또 과거 방송위원회는 가능한 표결을 피하고 합의에 따라 처리하려는 전통이 있었다. 정파적 결정을 가능한 피하려는 방송 정책기구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이 이끄는 1기 방통위는 그런 모습과 전혀 달랐다. 2기 방통위가 합리적 논의에 따라 방송 공공성을 우선하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방통위를 실질적 합의제 기구로 운용하기 위한 제반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논의구조를 확보한 속에서야 비로소 방통위는 방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 지상파의 수신환경 개선, 수신료 제도의 사회화, 지상파 사용 주파수의 합리적 배분에 관한 정책 등 공공적 정책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무료보편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을 높이는 것은 공공적인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정책이다. 아날로그 시절과 달리 디지털 시기에는 적은 비용으로 직접 수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또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답지 못한 KBS의 현실에서 비롯한 측면이 있어 동의할 수 없지만, KBS가 정상화한다 할지라도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수신료를 KBS 주도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인상하도록 하는 제도의 완비는 매우 중요하다. 즉 독립적 수신료위원회 설치도 2기 방통위의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방통위는 지금 아날로그 방송에 사용하는 주파수와 디지털에 배정한 주파수의 일부를 회수하고자 한다. 이를 수익이 남는 새로운 사업(통신)에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에 배정된 주파수를 회수하여 수익사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최소한 무료보편서비스인 지상파 디지털의 안정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수준의 주파수 정책을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외에도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그 어떤 것이든 방통위가 산업자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공기구임을 자임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이 더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