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비상경영계획을 세우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KBS의 당기순손실은 3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억 원 늘었다. KBS가 최근 마련한 ‘KBS 비상경영계획 2019’에 따르면 올해 KBS의 사업손실은 1000억 원으로, 2020년 후반부터는 은행 차입금에 의존해 경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MBC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8월 1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MBC는 올해만 900억 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MBC 영업손실은 12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한 수치다.1000억 원 대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KBS와 MBC에 비하면 SBS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광고 매출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장기 적자 사이클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적자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지상파 3사는 먼저 월화 드라마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KBS는 기존 드라마 편성 시간을 기존 70분에서 50분으로 줄이고, 광고 비수기의 경우 예전 드라마 재방송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다. 월화 드라마의 경우 8월 5일 첫 방송된 ‘너의 노래를 들려줘’와 9월 방송 예정인 ‘조선로코-녹두전’ 이후 편성 작품이 없는 상황이다. KBS는 “월화 드라마 잠정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MBC는 KBS보다 더 빠르다. 8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월컴2라이프’ 이후 월화 드라마 편성이 없다. MBC 역시 “다양한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나 확정된 안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MBC는 월화 드라마에 이어 주말 드라마 폐지도 검토 중이다. 현재 방영 중인 ‘황금정원’과 이후 방송 예정인 ‘두번은 없다’ 이후 주말 드라마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다.
SBS는 이미 월화 드라마 대신 예능 프로그램인 ‘리틀 포레스트’를 편성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첫 방송인 8월 12일 같은 시간대 드라마를 꺾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업계에선 월화 드라마를 계륵으로 표현한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 자체에 상당한 제작비가 들어가지만 월화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포기할 수도 없고, 또 무작정 투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입장에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한류를 이끌었던 드라마는 방송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경쟁력은 뚝 떨어졌다. 2017년 tvN ‘도깨비’가 케이블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긴 데 이어 2018년에는 JTBC ‘스카이캐슬’이 22.3%라는 시청률로 지상파를 압도했다. 이를 입증하듯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TV 부문 대상을 JTBC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가 차지했으며, 작품상은 tvN ‘나의 아저씨’가 받았다. 남녀최우수연기상 역시 tvN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 JTBC ‘스카이캐슬’의 염정아가 받았다. 대부분의 상을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이 가져갔으며 지상파 방송사의 작품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투자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MBC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아이템’, 200억 원 대작 ‘이몽’, 기대작으로 꼽혔던 ‘더뱅커’ 등이 줄줄이 시청률 부진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는 투입되는 제작비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성적이 부진할 경우 부담이 크다”며 “MBC 상반기 적자에는 기대했던 드라마의 부진도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감축은 외주제작사와의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등은 8월 13일 성명을 통해 “(KBS의) 일부 프로그램 폐지와 제작비 삭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 등이 공동성명을 내고 “광고 수익이 적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위주로 프로그램 축소나 폐지, 제작비 삭감 등이 시작되고 있다”며 KBS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KBS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KBS와 외주제작사 간의 상생 협력을 왜곡‧폄훼하려는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KBS는 ‘외주제작 협력 및 상생 지침’을 제정해 외주제작사를 동반 파트너로 존중하며 지상파방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외주제작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BS는 ‘다큐공감’ 폐지설에 대해선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기획 과정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고, ‘그녀들의 여유만만’에 대해선 “폐지가 아닌 개편”이라고 답했다. 또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 제작비 삭감에 대해서는 “외주제작사와 합의에 의한 제작비 조정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