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진상조사기구, 중간 평가는 ‘불만족’ ...

언론사 진상조사기구, 중간 평가는 ‘불만족’
“폐쇄적 구조와 내부 중심 진행으로 한계에 부딪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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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언론 통제에 대한 진상 조사와 반성의 의미로 여러 언론사가 기구를 출범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공영 언론의 혁신, 어디까지 왔나’ 세미나를 1월 24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공영 언론 혁신의 성과와 진단’이라는 주제로 KBS, MBC, YTN, 연합뉴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원 교수는 KBS의 진실과미래위원회, MBC의 정상화위원회, YTN의 YTN바로세우기및미래발전위원회, 연합뉴스의 혁신위원회 등 언론사 기구의 좌단장들과 다수의 활동가, 기자 간 인터뷰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언론사의 기구에 대한 긍정적 평가보다는 아쉬움과 한계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우선, 기구의 폐쇄적 구조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정권의 언론 장악은 사회적 문제였으며 언론 정상화 투쟁에는 국민이 함께했음에도 해결 과정은 언론사 구성원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기자는 “내부인끼리만 하면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언론이 망가지면 피해는 국민이 받는 케이스였기 때문에 논의 과정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이러한 구조이다 보니 조사의 범위도 지나치게 내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내부 인적 청산을 둘러싼 갈등만 빚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는 없는지 그러하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등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언론사 내부 세력 간 갈등 문제로 축소되고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언론사가 진정으로 반성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따랐다. 조사에 참여한 한 활동가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나온 결과 중에 세월호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권의 언론 장악이 부각된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사와 반성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권의 언론 장악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소수자 문제 등 언론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습과 타성에 대한 반성도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지난 정권에서 심화됐을 뿐 이전부터 쌓여온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철영 MBC 정상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뼈 때리는 말쓸만 하셔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비판을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입안자와 최종결정자가 현재 대부분 퇴사를 했고 남아있는 이들은 상부의 지시였다며 발뺌하고 있어 조사에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문제는 아직 조사 진행 중으로 “가장 큰 산으로 여기고 있어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진상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검경도 쉽지 않은 일로 수사권도 없는 언론사 기구의 현실에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한계를 사전에 몰랐는가?”라고 반문했다. 강 대표는 “정권이 바뀌어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본인들이 못하겠다면 함께하겠다는 많은 목소리가 있음에도 지금 같은 결론이 나오고 있는데 정말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이어 강 대표는 “많은 분들이 언론사로 돌아와 적응하려 하는데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연령, 지역, 성별에 대한 고민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타이밍”이라며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내부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뢰받지 않는 언론에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며 언론사의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기반성과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