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방송의 가치

[사설] 5G 시대 방송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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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상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12월 1일 시작됐다. 수도권과 광역시의 기업 고객에게 먼저 제공되고 일반에게는 2019년 3월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세대별로 차별화된 특징을 내세워 홍보를 해왔다. 3G에서는 화상통화와 인터넷, 4G에서는 실시간 동영상을 내세웠고 5G에서는 초연결성과 초저지연성을 내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수 기기의 접속, 대용량 데이터의 처리, 지연(latency)이 매우 적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5G의 초연결성과 초저지연성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 네트워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새로운 세대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소개하는 보도에서 항상 언급되던 ‘영화 한 편 다운받는 데 몇 초’라고 하는 문구를 5G를 소개하는 기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 등 산업계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통신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통신 속도의 한계 효용이 낮아져서 그렇겠지만 5G 이동통신 서비스로 인한 미디어 소비행태의 변화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 한 명에게 할당되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얼마가 될지 모르겠으나 최고 속도가 20Gbps라면 지금 지상파 방송사가 송출하고 있는 초고화질(UHD) 영상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운전을 할 필요가 없는 운전자는 차에서 무엇을 할까? 휴식을 취하거나 핸드폰을 조작하고 동영상을 시청할 것이다. 이때의 영상은 사용자의 취향과 위치를 고려한 것일 것이고 자동차의 스크린과 핸드폰에서 끊김 없이 제공될 것이다. 어쩌면 자동차의 모든 유리와 창문이 모니터가 돼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서로 다른 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두 차례 영화화되기도 한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 ‘Fahrenheit 451’에는 거실 벽면을 TV로 만들고 마지막 남은 한 면마저 TV로 만들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부인이 등장한다. 그 거실의 TV에서는 서로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각각의 모니터에 등장해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하는데 집주인마저 그 사람들이 왜 싸우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미국의 한 작가가 1953년에 상상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이지만 자동차의 유리가 모니터로 변하는 모습과 묘하게 겹쳐진다.

얼마 전 방송기자연합회에서는 제1회 팩트체킹 공모전을 개최했다.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왜 깨어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뜻깊은 행사였다. 이동통신이 빨라지고 사용자가 미디어를 더욱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가짜뉴스와 유해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방송사들은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서 취재하고 검증해 뉴스를 제작한다. 뉴스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에서 송출되는 모든 콘텐츠는 방송의 공적 역할을 고민하면서 만들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그리고 손쉽게 미디어에 노출되는 5G 시대에는 방송사들의 이러한 노력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방송사의 공적 역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미디어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미세먼지를 줄여 편안히 숨 쉬자고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듯 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는 데에도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