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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3대 학회, KBS에 쓴 소리를 쏟아내다
방송학회·언론학회·언론정보학회는 26일 프레스센터에서 ‘미디어 빅뱅 시대, 한국 방송을 말한다’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공동개최했다. 이 자리는 9월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KBS 안팎의 문제를 미디어 3대 학회가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방송학회 김현주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디어 3대 학회는 서로 분야와 지향은 다를 수 있지만, KBS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며 “우리의 고언과 충언을 듣겠다고 응해준 KBS에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에 KBS 김인규 사장은 “KBS는 지금 미디어 빅뱅의 한 가운데에 있지만 아직 진지하고 큰 그림이 없다. 이는 KBS에 대한 위상과 가치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세미나에서는 모든 주제가 망라돼 있다. 다양한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축사를 밝혔다.
이 날 세미나는 3개의 학회가 각각 하나의 세션에 두 가지 발제를 맡아 진행했으며, 세션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공영방송 책무의 강화’, ‘미디어 환경변화 대응’으로 나뉘었다.
이화여대 김훈순 교수의 사회로 방송학회가 진행한 제1세션 ‘세계대표공영방송 도약을 위한 조건’의 첫 번째 시간에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김민하 교수가 ‘사회적 콘텐츠 생산과 활용을 통한 공영방송의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콘텐츠(Social Contents)’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미디어 이용자들이 콘텐츠제작자가 되거나, 각종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다양한 계층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혁신적인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참석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강재원 교수는 “‘사회적 콘텐츠’라는 화두는 새롭지만 그것이 공영방송이 나아가야할 방향의 실체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며 “이전에 국내 시청자들이 현재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다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정윤경 교수는 “공영방송의 1차적 수용자는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은 우리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지적이고 지협적인 내용이 담긴 콘텐츠로 글로벌 수용자들의 이용을 증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진 두 번째 시간에는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용호 교수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방송의 체질개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김 교수는 “‘세계의 공영방송사들(Mckinsey, 1999)’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안정적인 수신료 재원을 기반으로 한 공영방송사가 사회 내 영향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KBS는 시청자들이 납부한 수신료의 지불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거나 설득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건실한 경영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송활동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임영호 교수는 “체질개선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우선 ‘글로벌 경쟁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고,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장하용 교수는 “경영평가 작성과 공지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BBC의 경우처럼 계량화, 구체화된 세부지표를 제시해서 누적적인 개선효과를 발휘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탰다.
제2세션은 언론학회의 진행으로 경희대 한균태 교수가 사회를 맡아 ‘미디어 빅뱅 시대의 공영방송 책무 강화’라는 주제가 논의됐다. 첫 번째 시간에는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김동규 교수가 ‘공영방송의 재원과 책무의 재구성’이라는 발제를 통해 “공영방송이 맡은 바 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적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재원의 대체나 일회성 인상, 혹은 KBS만의 문제로 한정해서는 안 되고, 공영방송의 미래모델·공적책무강화·신뢰회복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김춘식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한 인식부족, 정치적 중립성 위협, 과도한 상업적 체질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와 내부적 노력을 겸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구카톨릭대 언론광고학부 최경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디어 현실을 고려해 정책을 기획하고, 사장선임제도를 개선해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며, KBS 스스로 공적책무 확대 계획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수행평가 연구”라는 제목으로 경기대 다중매체학과 송종길 교수가 발제했다. 송 교수는 “법규준수·경영상태를 진단하는 경영평가, 공익성·공정성·편성권 등을 평가하는 독립성평가, 도달률·다양성·질적 품질평가를 통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공적책무평가기준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심미선 교수는 “KBS는 한국형 공영방송의 모델을 사회통합적·신뢰형성·소수약자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두기를 제안한다”고 밝혔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최세경 책임연구원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에 적용하는 방송평가제도·재허가제도·방송심의제도는 책무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하지만, 발제문이 제시하고 있는 독립성 지수는 오히려 정치적 논쟁의 장만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급변하는 미디어환경과 방송”이라는 주제의 제3세션은 언론정보학회가 진행하고 연세대 강상현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첫 번째 시간인 ‘디지털 방송시대 지상파 다채널 플랫폼의 역할 및 가능성’에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부 홍종윤 연구원은 “기존의 방송사업자 면허를 MMS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장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판단된다”며 “유료 다채널 플랫폼과는 보완적 경쟁관계로 접근해야 할 것이고, 지상파 수신환경과 재송신 정책을 보편적 시청권 확보의 관점에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강형철 교수는 “공영방송의 채널가치는 떨어지고 있지만 제작비 등의 공적의무 비용은 상승하고 있으므로 공적의무 수행 기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고,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박주연 교수는 “지상파 다채널 플랫폼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취지 아래 공익성이 강한 전문채널로 구성되어야 하며, 지상파 독과점을 강화시키기 위한 사업전략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시간인 ‘공영방송과 시청자 권익’의 발제를 맡은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조항제 교수는 “한국 방송에서 시청자 거버넌스의 약화는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 대대적인 법제정비, 방송내외의 의식개혁이 모두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백미숙 연구교수는 “‘수신료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보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철학, 자기정체성, 조직문화가 경영, 제작, 자율규제를 통한 품질관리 등에서 얼마나 내면화, 체화되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제언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이상길 교수는 “공영방송과 시청자 권익의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적 책무성을 강제하는 귀책성 모델’보다는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공적 역할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과 정보를 제공하는 답책성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 강민수 기자 ms1939.kang@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