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방송, 평창 동계올림픽 발판 삼아 도약?

지상파 UHD 방송, 평창 동계올림픽 발판 삼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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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앞두고 UHD TV 판매량 급증
유료방송‧직접수신 병행 가구 ‘12.4%’…“직수가구 증가 가능성 있어”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초고화질(UHD) TV 판매량이 급등하면서 동계올림픽이 지상파 UHD 방송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G마켓은 지난 1월 1일부터 24일까지 UHD TV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브랜드 제품은 114%, 모넥스 등 중소기업 제품은 74% 증가했다.

김충일 G마켓 가전팀 팀장은 “2월 동계올림픽에 이어 6월 러시아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진행되는 해임을 인증이라도 하듯 UHD TV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UHD TV뿐 아니라 다양한 음향기기 등의 인기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G마켓에서 판매된 사운드바는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고, 천정 및 벽걸이 HIFi 스피커는 36%, 홈시어터는 18% 늘었다.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는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태기산과 괘방산 UHD TV 송신소 외에 대관령 UHD TV 방송 보조국을 최근 추가 설치했다.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지상파 UHD 방송 수신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수신 환경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2월 1일 직접 현장에 방문해 송신 설비 구축을 확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UHD로 생중계되는 것을 두고 ‘반쪽짜리’‧‘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 UHD 방송을 즐기기 위해선 직접 수신을 해야 하는데 국내 직접수신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매년 수행하는 ‘2017년 방송매체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가구(전국 4천388가구) 중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고 지상파 TV만 이용하는 가구는 5.3%다. 관련 업계에서는 “직접수신가구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대다수가 동계올림픽을 UHD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데 세계 최초 지상파 UHD 중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직수율이 낮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7년 직접수신가구는 지난해 보다 0.3%p 늘었고, 유료방송에 가입하면서 여분의 TV 또는 PC 모니터‧노트북‧빌트인TV 등을 이용해 지상파방송을 수신해 시청하고 있는 가구도 전체 조사 대상 가구 중 12.4%였다. 직접수신가구가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디지털 전환 이전인 지난 2007년 직수율은 21.4%였다는 것이다. 물론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국민 5명 중 1명은 직접수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 직수율은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직수율 하락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던 영국과 미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 디지털 전환 이후 직수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잘못된 디지털 전환 정책에 있었다. 당시 정부는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급급한 나머지 디지털 전환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겼다. 디지털 방송 수신기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화면의 100%를 가리는 상시 가상 종료는 수시로 반복됐다. 때를 맞춰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유료방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TV를 볼 수 없다. 지금 가입하면 할인해주겠다.”는 식의 영업을 시작했다. 직접수신가구마저 유료방송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진행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이미 완료됐다.”며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의 틀을 제대로 마련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지상파 UHD 방송의 성공적 안착과 차세대 미디어 산업 발전의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라며 “모든 것을 지상파 방송사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실시한 만큼 정부에서도 인재 양성과 정책‧재정적 투자 보완 등을 통해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