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이사회가 고대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KBS 이사회는 1월 22일 오후 4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재적 이사 11명 중 이인호 이사장을 제외한 10명이 참석했으며 이중 7명이 표결에 참석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표결을 반대했지만 여권 추천 이사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결과는 찬성 6표, 기권 1표였다.
앞서 여권 추천 이사 4인은 지난 8일 △지상파 재허가 심사 합격 점수 미달 △공사의 신뢰도와 영향력 추락 △파업 사태를 초래 및 직무 수행 능력 상실 △졸속으로 추진한 조직 개편, 방송법 및 단체협약 등을 위반한 징계 남발, 상위직급 과다 운영 등 조직‧인력 운용 및 인사 관리 실패 △허위 또는 부실보고로 이사회 심의‧의결권 침해 △기타 보도국장 재직 시 금품수수 및 보도 누락 의혹과 보도본부장으로 재직 시 도청 행위에 연루된 의혹 등 총 6가지 이유를 들어 해임제청안을 제출했다.
고 사장은 이날 오전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오후 임시이사회에 참석했다. 고 사장은 “2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객관적인 경영 성과는 도외시한 채 동의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방송법으로 임기가 규정된 사장을 해임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해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이인호 이사장은 해임제청안이 통과되자 바로 성명서를 내고 “KBS 이사장직과 KBS 이사직을 모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MBC에 이어 KBS도 권력 놀이를 하는 과격한 언론노조의 자유 무대가 된 셈”이라며 “공영방송 KBS 이사장으로 남아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는 파업 143일 만인 오는 24일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는 “141일에 걸친 끈질긴 총파업 투쟁 끝에 고대영을 쫓아냈다”며 “이제 KBS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출발선에 섰다”고 선언했다.
KBS 새노조는 보직간부와 일부 이사진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자기 자리만을 지켜온 간부들 역시 고대영 체제 유지를 위해 KBS 정상화를 막아온 대표적인 내부 세력”이라며 “이제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모두 자진해 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적폐이사들에게도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질도 자격도 능력도 가당치않은 당신들이 설치던 시기는 1년 전 박근혜의 탄핵과 함께 끝났다”며 “이제 더 이상 공영방송 KBS에 분탕질치지 말고 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끝내 정의가 승리했다”며 “일터로 돌아갈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먼저 출발한 MBC 동지들의 뒤를 따라 KBS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다시 만들기 위한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KBS가 다시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도록 KBS 새노조 동지들과 함께 남은 적폐 청산 과제의 수행에 더욱 힘쓸 것을 맹세하고, 동시에 YTN 최남수 사장을 비롯한 남은 언론 적폐들의 청산에도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KBS가 고대영 사장 체제에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던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공정한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보도통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고 사장 해임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확정된다. 대통령 재가로 고 사장이 해임되면 KBS 이사회는 공모를 통해 사장 지원자를 접수하고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자를 최종 선정한다. KBS 사장 후보자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돼 있어 신임 사장 임명까지는 1달~2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