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민영방송국을 방문하며 ...

[참관기] 일본의 민영방송국을 방문하며
방송기술교육원 글로벌 방송제작기술 전문가 양성 과정 참관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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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강동민 SBS기술기획팀] 평창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초겨울, 운이 좋게도 방송 기술 교육원에서 시행하는 ‘글로벌 방송제작기술 전문가 양성 과정‘에 선발돼 일본의 민영 방송사 및 방송장비 제작사를 방문하고 교육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공영 방송국인 NHK 외에 민영 방송국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4K UHD 방송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바다 건너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는 어떠한 준비를 하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이렇게 짧은 글을 통해 민영 방송국 중 하나인 후지TV를 소개 해보려 한다.

후지TV는 일본의 5대 민영 방송사(일본방송, 아사히방송, TBS, TV도쿄, 후지TV) 중 하나로, 유명한 관광지인 오다이바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1959년에 개국한 방송사로 1995년 산케이 그룹 본사와 합병돼 신문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1966년에 각 지역 방송국 네트워크를 뜻하는 ‘FNN’을 발족해 지역 계열 방송국 28국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공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의 SBS와 같은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 외에도 BS위성방송, CS 통신위성 방송을 같이 운영하는 점은 우리에게 생소한 점이다.

후지TV 본사 전경. 관광 포인트 및 복합쇼핑몰 상권과 함께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본사 건물은 일본의 전설적인 건축가 ‘단게 겐조’가 설계 당시부터 랜드 마크를 계획해 준비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 덕분에 일본 방송국의 본사 사옥 중 가장 크고 인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은 오피스 타워와 미디어 타워 2개의 동으로 구성돼 중간에 두 동을 이어주는 복도를 길게 연결해 놓은 방식인데, 재미있는 점은 건물의 가로세로 비율을 HD TV의 가로세로 비율과 같은 16:9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건물의 1층에는 지금까지 방영한 애니메이션을 콘셉트로 한 기념품 숍과 식당이 위치하고 있으며 25층에는 해안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체 모양의 전망대가 있어, 오다이바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주택지나 도심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한국의 방송사와 달리 관광지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방송국을 보니 신기했고, 방송국이 방송 송출 역할 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면 어떠한 노력을 해야 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BS후지 위성 방송 주조정실의 모습. 지상파 후지TV와 나란히 붙어 운영 된다.

방송센터 내부에는 총 9개의 스튜디오-부조정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을 위해 방문한 주조정실은 위성방송도 같이 운영하는 일본 방송사의 특성상 2개로 분할돼 운영하고 있다. 후지 위성방송(BS후지)의 경우 후지그룹의 계열사인 까닭에 편성 또한 다르게 진행되지만, 주조정실 운용은 후지TV에서 위탁받아 함께 운영한다고 한다.

교육 내용 중, 국가 재난 발생 시 대처하는 프로세스가 인상적이라 간략하게 소개해보려 한다. 대처 프로세스는 지진 진도 ‘5’를 기준으로 ‘긴급지진속보’와 ‘지진속보’로 나뉘어 진행하는데, ‘긴급지진속보’ 시 기상청에서 자동으로 수신 받은 XML 데이터 파일을 기초로 자동 변환된 지진속보 CG가 주조정실 최종단에서 자동으로 생성돼 송출된다. 이를 확인한 담당자들이 보도국과 협의해 긴급 뉴스를 준비한다. 진도가 5 이하일 시에는 ‘지진속보’ 프로세스로, 자동 CG가 생성되지 않으며 보도국의 판단에 따라 긴급 뉴스를 준비한다.

FOC(후지 오퍼레이션 센터)의 모습. 지상파, 위성, 기상 정보를 한눈에 파악 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지진 대처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FOC(후지 오퍼레이션 센터)였다. FOC는 방송사의 회선 운용/신호 품질 관리/기상 센터/장비 보수 업무를 모두 모아놓은 컨트롤타워 격인 공간이다. 네트워크 지방 방송국이 많고 수신 확인이 필요한 채널이 많다보니 한쪽 벽이 빼곡하게 모니터로 채워져 있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위성 송수신 품질 관리를 위해 KU 밴드 전파를 모니터링하는 공간이 따로 구성 돼 있고, 마찬가지로 날씨 상황에 영향을 받는 위성방송의 특성상 기상을 확인 할 수 있는 기상 모니터링 공간이 별도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쪽 벽은 유리창을 통 창으로 제작해 견학 시에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도 한쪽 공간에는 재난 대비용 안전모 및 비상 가방, 대응 유선번호 등 재난을 오랫동안 꾸준하게 대비하고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이제 막 재난 방송 프로세스를 준비하는 한국 방송사는 일본에 비교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이렇게 매사에 준비가 철저하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인기와 더불어 미래가 창창할 것 같은 일본의 방송사도 요즘 들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점이 있다고 하는데, 다름 아닌 구인난이다.

최근 일본은 유례없는 높은 취업률로 인해 구직자들이 큰 어려움 없이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호황 덕분에 어떤 기업에 가도 높은 급여를 제공해주다 보니 상대적으로 방송사가 좋은 직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로 방송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불필요한 실수를 막기 위해 기기 자동화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하는데, 적자 매출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막기 위해 자동화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한국과 비교해봤을 때 참 웃기면서 슬픈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일례로 해외지국이나 간단한 중계방송 진행 시에 중계차를 운영한다면 관련 스태프까지 여러 명이 필요하지만, 무선통신망 중계(LTE 중계, LIVEu 등) 시에는 기자가 혼자 가방만 메고 진행도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물론 관련 장비 구매비가 절약되는 것은 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수신율이 50%에 달해 방송사 수입의 대부분이 현재까지도 광고 수익이라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일본인의 성향상 밖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SNS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우도 적은 편이다. 낮은 직접 수신율로 인해 케이블 방송과의 경쟁에 고군분투하며 인터넷 콘텐츠 제작에 열을 쏟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나마 일본은 최근 2015년부터 민방 5개사의 지상파 콘텐츠를 다시 보기 할 수 있는 ‘TVer’라는 인터넷 플랫폼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방영 일주일이 지나야 무료로 다시 보기가 가능한 한국의 서비스와는 달리, 일본은 방영 후 일주일까지만 무료로 VOD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이러한 관점 또한 국민 성향이 반영돼 결정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간략하게 후지TV를 방문해 보고 느낀 점에 대해서 작성해봤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왜 4K UHD 방송에 대한 언급이 없는지 궁금해 하실 수도 있겠다. 왜 그러냐고 물으신다면, 아직까지 민방 5개사는 4K UHD에 대한 계획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후지TV 외에 아사히TV, 니혼테레비 등 3개 민방사를 방문해 공통 질의를 했을 때 ‘내년 12월부터 지상파방송을 통해 4K 방송을 준비 중에 있다‘는 답변만이 우리가 들었던 유일한 답변이었다. 그럼에도 방송국 내의 준비 사항이나, 태도 등을 종합 해 봤을 때 느껴지는 점은 내년 12월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이 일본 방송 장비 제작사의 신규 UHD 장비를 구입해 대부분의 시스템을 설계 했음에도, 정작 일본 본토에서는 이슈조차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공영방송 NHK의 입장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는 아쉬운 일정을 뒤로 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평창올림픽이 성황리에 개최돼 폐막하면 곧바로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가 예정돼 있다. 과연 본격적으로 차세대 방송을 준비 할, 3년 뒤의 일본 지상파의 모습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