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방통위에 KBS 이사 해임 건의
KBS 새노조 “즉각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명예롭게 퇴장하는 길”
[방송기술저널 민서진 기자] 감사원이 이인호 KBS 이사회 이사장을 비롯한 현 이사진 전원에 대해 해임 건의 또는 이사연임추천 배제 등의 인사 조치를 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요청한 가운데 방통위가 이후 어떠한 절차와 방식을 밟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사원은 11월 24일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 등에 사용하거나 사적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시간, 장소, 용도에 사용하고도 객관적인 증빙자료 제출이나 소명을 하지 못해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며 “비위의 경중을 고려해 해임 건의 또는 이사연임추천 배제 등 적정한 인사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집행 감사 요청 사항’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자를 포함한 11명의 KBS 이사는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총 2억 7,765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집행했으며, 이 중 약 1,175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적용도 등 집행이 금지되는 용도로 쓰였음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또 같은 기간 동안 7,419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적용도로 의심받을 수 있는 시간, 장소 등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데도 집행 목적과 상대방 등을 기재한 전표나 증빙서류를 제출받아 관리하지 않았고, 각 이사진도 직무 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해 정당하게 집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무추진비 집행 영수증 제출 대상 1898건 가운데 87%가 미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KBS가 이사진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관리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결과 KBS 이사진의 업무추진비 집행이 회계 관련 규정 등에 위배되게 이뤄져 회계질서가 문란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방통위원장뿐 아니라 KBS 사장에게도 “이사진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 KBS의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사적용도에 집행된 업무추진비를 회수하는 등 집행 관리 업무를 철저히 해달라”고 통보했다.
이제 공은 방통위로 넘어갔다. 방통위는 11월 27일부터 감사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KBS 이사는 구 여권(현 야권) 추천 이사 6명‧구 야권 (현 여권) 추천 이사 5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방통위원장이 KBS 이사진에 대한 해임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해임을 결정하면 ‘여소야대’의 구도가 ‘여대야소’로 바뀐다. 이사회 구조가 변경되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마찬가지로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될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고대영 체제가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됐다”며 “국민이 낸 수신료를 자기 주머니 돈처럼 함부로 쓰며 불법을 저지른 이사들에게 내려진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82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KBS의 구성원들과 매주 촛불을 켜고 이들을 지지해 준 시민들, 그리고 KBS의 참 주인인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촛불 시민들이 함께 외친 ‘공영방송 정상화’와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란 구호가 공허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방통위에 ‘KBS 이사 즉각 해임’을 요청했다. KBS 새노조는 11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300만 원 이상의 공금을 유용할 경우 무조건적으로 해임 또는 중징계”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KBS 이사도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공금 300만 원 이상 유용=해임 이상 중징계’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고대영 사장의 해임은 정해진 미래”라며 “고대영 사장이든 적폐 이사이든 조금이라도 KBS를 위한다면, 즉각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명예롭게 퇴장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