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공정 보도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간 KBS와 MBC가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오는 9월 4일 0시부터 ‘방송법 개정과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8월 28일 밝혔다. 현재 KBS 새노조 소속 기자 470여 명은 8월 28일부터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PD 700여 명도 8월 30일부터 제작 거부에 합류할 예정이다.
KBS 새노조는 “주인인 국민을 대신해 공영방송 KBS를 망가뜨린 부역자들에 맞서 최후의 일전을 벌일 것임을 1,800 조합원 하나하나의 이름으로 선언하다”며 “승리하기 전에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KBS 노동조합도 9월 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KBS 노조 소속 기자와 PD는 8월 31일 0시부터, 아나운서는 9월 4일 0시부터 순차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9월 7일부터는 전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한다. KBS 노조는 “사측이 구성원들을 상대로 행한 폭압적 조치를 정상화하고,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기 위해 전 조합원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전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MBC도 파업이 가결되면 총파업에 바로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2년 이후 5년만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 본부노조)는 “고영주‧김장겸 퇴즌을 요구하며 제작‧업무 중단에 돌입한 MBC 구성원이 300여 명을 넘어섰다”며 “‘MBC의 10년 암흑 시대를 끝장내야 한다’는 전사적 투쟁 열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확산됐다”고 밝혔다.
<PD수첩> 제작진으로부터 시작된 제작 거부 사태는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와 PD, 콘텐츠제작국 PD, 보도국 취재기자, 전국 MBC 기자회, 라디오국 PD, 편성국 PD, 아나운서로 확산됐다.
전국 MBC 기자들은 ‘공정 보도, 방송 독립 쟁취를 위한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전국 MBC 기자들은 8월 28일 선언문을 내고 MBC 정상화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퇴보한 MBC의 공정 보도와 방송 독립 쟁취를 위해 모든 정의로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나설 것”이라며 “오욕의 역사를 꺾이지 않는 펜과 카메라로 기록하고, 공영방송 MBC의 희망을 직접 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MBC 기자회는 “전국 16개 지역 MBC 보도기자와 카메라기자 등 255명이 실명으로 선언문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보도국장과 취재, 보도, 영상부장 등 보직자들도 대거 동참해 하루 빨리 MBC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지역 MBC 기자들의 염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MBC 기자들은 서울 기자들의 제작 거부에 뜻을 같이하며 지난 8월 14일부터 서울로의 기사 송고를 무기한 전면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KBS는 기자들의 제작 거부에 대해 “제작 거부의 주체인 KBS 기자협회는 쟁의행위를 결정할 수 없는 직능단체이고, 목적 측면에서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이번 제작 거부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MBC는 퇴진 불가 입장을 공개 선언했다. 김장겸 MBC 사장은 8월 23일 개최된 확대간부회의에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력과 언론노조가 손을 맞잡고 물리력을 동원해 법과 절차에 따라 선임된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