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

[칼럼] 1인 미디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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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구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나노IT디자인융합대학원장] 디지털 기술, 정보통신 기술, 컴퓨터 기술의 발달과 방송 관련 기술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방송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오고 있다. 실감 미디어 기술, 향상된 전송 효율, IP 기반의 UHD 방송 제작 워크플로, 클라우드 기반 협업 제작 등이 대표적 발전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실감 미디어 기술에 속하는 것은 UHD의 광색역과 고프레임율, 3D TV, 자유 시점 TV, 360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다. 방송기술 분야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종 워크숍과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단연 360도 VR과 AR이다. 그럼 이 기술들이 과연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잘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해하고 있는 수준에서 가능성을 짚어본다. 360도 VR은 기존의 정규 방송 채널을 통해서 서비스에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각 방송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각종 멀티미디어 플랫폼(유튜브, 아프리카 TV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이 서비스 기술은 제작상 번거로움 때문에 제한적 장르에 적용되겠지만 장점이 많아 보인다. 이벤트, 사건 현장에서는 360도 시야각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현장의 모든 방향을 단숨에 전송할 수 있다. 카메라 앵글의 의도적 왜곡 없이 생생하게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다. 현장감과 실감성을 잘 만족할 수 있다.

AR의 경우도 가능한지 살펴본다. 일단 다음과 같은 사용 방식을 상상해 본다. AR 응용의 가장 기본 전제는 현실 세계와 이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존재다. 방송에서 현실 세계는 TV 화면이다.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서 TV 화면을 바라보고, 화면 내의 여러 피사체를 인식해 시청자에게 도움이 되는 증강 그래픽 영상이나 문자 정보를 TV 영상과 합쳐서 스마트 기기의 화면에 보여줄 것이다. 여기서 스마트 기기는 스마트 글래스 또는 휴대폰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 방법은 당연히 기존 방송과 별도로 인터넷 부가 서비스와 연동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뭔가 듣기만 해도 복잡해지고 번거롭다는 느낌이 든다. 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방송은 쉽지 않다.

살펴본 것처럼 기존의 방송사에는 이 두 가지 실감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정규 방송 서비스에는 쉽지 않다. 반면에, 1인 미디어 또는 개인 방송은 인터넷 대역폭만 보장된다면 특정 장르를 정해서 이러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360도 VR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플랫폼에서 쉽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주제의 선정이나 최신 기술의 활용이 원활한 장점을 살려 이미 1인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는 1인 미디어 스타에 의해 형성된 왕훙 경제의 규모가 170조 원 이상이라고 한다.

간편하게 방송할 수 있는 장비와 스트리밍 기술뿐만 아니라 모바일 스마트기기의 보급으로 시청형태가 빠르게 변하는 추세도 1인 미디어 방송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 오랫동안 1위 필수 매체의 자리를 지키던 TV는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른바 N스크린 시대에 시청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방송을 수신한다. 젊은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50대에도 스마트 기기 활용이 TV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1인 미디어 방송이 간편하게 서비스할 수 있고, 첨단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락과 정보 제공에서 재미가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방송 핵심 역할인 보도와 여론 주도 역할 면에서도 이미 기존 방송사, 특히 지상파를 압도하는 사례 때문이다. 방송 보도의 기본적인 덕목인 속보성, 화제성, 심층성에서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한 가지 더 보내면 현장성이다. 좀 더 밀착되고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1인 미디어의 속성은 더 이상 기존 방송이 따라 올 수 없게 만든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기존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사는 무기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발간된 설문이나 보고서들을 보면 신뢰성마저 추락하고 있다.

앞에서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방송 서비스를 위한 큰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언급했다. 실감 미디어 기술 활용과 방송 보도 기능을 만족하는 1인 미디어는 이 두 가지 요소의 수혜자거나 적극 행위자가 됐다. 이로써 시청 문화를 바꿔 가는 주역이 됐다.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시청행태가 변하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기존 방송사에는 우수한 방송 인력이 모여 있다. 미래에 대한 방송 변화에 대해서도 예측을 누구보다 잘하고 준비도 하고 있다. 당장 방송사가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는 않겠지만 과거에 방송을 주도했던 시절의 영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인 미디어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첫째, 다양한 플랫폼을 대상으로 실감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방송 서비스를 개척하는 것이다. 둘째는 방송 보도 본연의 요소인 속보성, 화제성, 심층성 원칙을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서 지켜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