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KOBA Show를 참석하고 나서…

◎ 2009 KOBA Show를 참석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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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친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5월26일부터 29일(화 – 금)까지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컨벤션홀 전관에서 KOBA 쇼가 개최되니 참석해 보겠느냐는 말이었다. 이번 행사의 이름조차 내게는 생소했었던 이 전시회는 벌써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전통 있는 대회로, KOBA라고 하는 이름은 Korea International Broadcast, Audio & Lighting(국제 방송, 음향, 조명 기기 전시회)의 약자이다. 사실 나는 방송기기나 음향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관심을 갖고 있기에 친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KOBA 쇼에 대해 살펴보니 나흘간의 전시회의 일정은 첫날의 개회식을 시작으로 단순한 장비 시연 뿐 아니라 새롭게 등장하는 장비들에 관한 세미나가 개최되는 등 다채로운 순서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전등록을 하면 전시회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바로 사전등록에 접수했다. 그간 너무나 바쁜 일상 속에 무료한 삶 가운데 있었는데 그것을 탈출한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분이 좋았다. 코엑스에 도착하여 전시장을 둘러보니, 코엑스의 컨벤션홀 전체를 둘러싼 막대한 장비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특별히 내가 들어선 입구는 C홀 영상카메라장비들이 들어서 있는 입구였는데 맨 처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커다란 지미집 크레인 카메라였다. 예전에 공연 때 촬영하기 위해서 접했던 카메라여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방송국에서나 보던 대형카메라를 비롯하여 어디에 쓰이는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수백 가지의 장비들이 내 눈을 어지럽게 했다. 관심있는 장비를 먼저 찾아가고 싶었기에 먼저 맵을 보고 부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찾아가던 중 동화 AV 부스에 정말 아름다운 여자들이 앉아있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그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방송국의 카메라 장비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부스들이었는데 진짜 스튜디오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정물만 있는 것 보다는 인물이 필요했고, 자기 업체 쪽으로 사람들을 많이 오게 하려면 이왕이면 미인들을 세워놓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사람들은 모두 유명한 레이싱 모델들로서, 자동차 전시회 뿐 아니라 이번 KOBA 쇼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장비를 구경하는 사이사이 이러한 미녀 레이싱 모델을 보는 것도 전시회를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느껴졌다.

인공적인 스모그를 위에서 아래로 뿌려 마치 스크린처럼 만들어서 영상을 비추는 통로를 지나자 음향관과 조명관이 있는 D홀이 나타났다. D홀의 입구에는 공중파의 대표방송인 MBC, KBS, EBS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모두 아리따운 아나운서들이 각자의 방송사들을 홍보하면서 각각의 독특성을 살린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KBS는 3명의 아리따운 아나운서들과 가상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 다트를 맞춰서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겸하고 있었다 – MBC의 경우엔 지금 유행하는 선덕여왕의 현장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해서 출력해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음향관을 돌아보면서 어떤 음향업체든지 거의 동일하게 설치해 놓은 것이 라이브 무대나 현재 대형교회에서 사용하는 플라잉 계열의 어레이 스피커였다. 물론 수평 어레이 스피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플라잉 계열의 어레이 스피커였다. 어레이 스피커의 장점은 저출력 스피커 다수를 연결하여 소리의 사각을 없애는 스피커인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특별히 인상적인 어레이 스피커는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수평 어레이 스피커였는데 한 통의 출력이 1500W짜리 어레이 스피커였던 것이다. 원래 어레이 스피커 한통의 출력이 450~600W 미만인것을 고려할 때 실로 어마어마한 출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KOBA 쇼에 참석하고 나니 몸은 상당히 고단했지만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별히 전시를 관람하고 느낀 것은 음향이나 방송장비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이면 20주년을 맞게 될 KOBA 2010을 기대하며 마음에 가득 찬 즐거움을 준 이번 전시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