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냐 안전이냐…스마트폰 라디오 직접 수신 ‘의무화’ 두고 공방전 ...

수출이냐 안전이냐…스마트폰 라디오 직접 수신 ‘의무화’ 두고 공방전
토론회에서 각 분야 관련자들 간에 치열한 설전 오가

2393

161121 스마트폰 라디오 직접 수신 토론회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지난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고 지진의 규모보다 더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것은 휴대전화의 불통이었다. 이러한 상황의 대비책으로 스마트폰의 라디오 직접 수신이 다시 한 번 제의된 가운데 ‘의무화’가 필요한지를 두고 격렬한 설전이 오갔다.

배덕광 국회의원은 지난 9월 스마트폰의 라디오 수신 칩 활성화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11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배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정부, 학계,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방송사, 시민단체 등 현안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활발한 토의를 이어나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는 2015년 코바코의 조사에 따르면 라디오가 사양 산업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라디오 접촉률이 상승했음을 설명하며 재난 경보 매체로서 라디오 직접 수신의 중요성과 해외 현황 등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은 만큼 스마트폰을 이용했을 때 재난 정보가 효율적인 도달률을 보이며, 직접 수신할 경우 스트리밍 라디오보다 배터리 소모량이 3~6배 정도 적어지는 등 스마트폰의 라디오 직접 수신이 훌륭한 재난 경보 매체라는 점에는 토론자들 모두 동의했다. 다만 문제는 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는지였다.

이 교수는 “실시간 교통 정보, 뉴스, 기상 정보 등 다양한 정보 서비스 수신이 가능해 제일 중요한 데이터 수신 서비스가 이미 2005년 개발이 완료됐음에도 이통사의 반대로 탑재되지 못했다”며 라디오 직접 수신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스트리밍 라디오를 통해 데이터 이용료를 벌려는 이통사의 속셈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스트리밍 수신 시 사용되는 데이터는 얼마 되지 않으며 자체 조사에서 마케팅이나 영업 이익을 위해 라디오 수신 칩을 비활성화하고 있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 교수의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통사는 수신 칩 비활성화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책임을 단말기 제조사에 넘겼다.

바통을 이어받은 단말기 제조사에서는 라디오 직접 수신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배문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진행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긍정적으로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제조사만이 아니라 국외 제조사에도 같은 의무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에서는 필요성은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의무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권병욱 미래창조과학부 전파방송관리과장은 “국제 표준화, 해외 동향 등도 중요한데 의무화를 한 국가는 없다”며 사실상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무역장벽, 디자인 변경 등 제조사에서도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진봉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무역장벽이 문제라면 애플도 하지 않고 있는 미국에서는 왜 수신 칩 활성화를 하고 있느냐?”라며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부는 소비자, 국민의 입장에서 제조사의 이익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느냐”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또한 “자율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의무화·법제화까지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진짜 국민의 관점에서 생각했다면 진입장벽을 말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보다 제조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