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

디지털전환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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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

 지난 ’08년 12월 3일,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의 발의로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디지털전환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되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12.4)되었다. 방송법과 신문법 등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7개 미디어 관련 법률안에 포함되어 함께 발의된 ‘디지털전환 특별법 개정안’은 ‘디지털전환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디지털전환 상황을 개선하고, 특별법의 미비점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또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수익증가와 지원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비를 집행해왔던 지상파방송사에 실질적 지원책을 제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추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개정안이 밝힌 “현행 디지털전환 특별법은 지상파텔레비전 방송사가 디지털 전환을 원활하게 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이를 지원하고 수신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선언적 내용만을 담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적극 촉진하고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 수단을 보완하려는 것임”이라는 제안이유와는 동떨어진, 지상파방송사에만 디지털전환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만약 제안이유가 밝힌대로 한다면, 디지털전 지원방안과 수신환경 개선방안이 실질적이고 구체화되도록 개정안이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방송사에게 디지털방송국 구축과 아날로그방송 병행 의무부과, 위반 시 주파수 지정 취소 등의 제안이유와는 무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개정안 도입 취지에 대한 의구심만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전환특별법 개정안’에 드러난 주요 문제점들을 정리해보자.

■ 국회와 정치권의 디지털전환 전략과 리더십 부재

현재 국회와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각은 지상파방송사로 하여금 아날로그 방송을 ‘OFF’하고 디지털 방송을 ‘ON’하면 된다는 매우 국지적이고 지엽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해외 선진 경쟁 국가들처럼 국가 디지털전환 전략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으로 디지털전환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단순히 아날로그방송을 끄고 디지털방송만을 방송한다는 차원을 넘어 디지털방송 고도화와 차세대 디지털방송 도입을 통한 수용자 복지증진과 국가산업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현재와 같은 전문성과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는 성공적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개정안의 세부적인 문제점을 살펴보자.

‘디지털전환특별법’과‘전파법’에 명시된 의무를 불필요하게 중복 부과

‘디지털전환 특별법’은 제3조(디지털방송 전환 및 활성화 기본계획)에서 기본계획에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아날로그 텔레비전방송 종료에 관한 사항”과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송신·송출시설의 디지털 전환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제9조(디지털방송 전환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서 “방통위가 대통령령에 따라 홍보나 시청자 지원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여 개정안의 디지털방송국 구축과 아날로그방송 병행, 디지털전환 촉진과 시청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이미 방통위가 시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전파법’은 제19조(무선국의 개설)와 제20조의 2(무선국의 개설조건), 제21조(무선국의 개설허가 등), 제24조(검사), 제45조(기술기준), 제53조(조사 및 조치), 제72조(무선국의 개설허가 취소 등)에서 지상파방송사에 개정안의 의무를 강제하고 이의 준수여부를 점검하며, 위반 시 주파수 지정 취소 등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방통위에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은 단순히 동일내용을 중복 명시한 것에 불과하여 기존 법령을 제대로 검토했는가라는 강한 의문이 들 정도다.

확정된 방송광고 지원방안을 불합리한 조건부 지원 방안으로 변경

‘디지털전환 특별법’ 제11조(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한 지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추가 비용 부담을 고려하여 이를 충당할 텔레비전방송 수신료 및 방송광고 제도 등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전환에 따른 수익증가와 지원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비를 집행해야 했던 지상파방송사에 대한 지원으로 방송광고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전환 이행실적에 따른 조건부 지원방안으로 변경함으로써, 투자비 조달이 불가능하여 디지털전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에 재원을 지원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하려는 ‘디지털전환특별법’의 제정 취지에 완전히 반하는 매우 불합리한 조항을 명시하여 디지털전환 관련자들을 아연 실색케 만들고 있다.

재원 확보와 투입 시기가 불일치하는 디지털전환 재원 확보 방안

개정안은 또 제12조의 2(디지털전환재원 확보)에서 주파수 지정·할당 대가를 디지털전환에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회수되는 주파수의 지정·할당에 따른 수익금이 아날로그 종료시기인 ’11년~’12년에 발생하기 때문에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방송사가 실질적인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위해서는 ’09~’11년에 디지털전환 투자를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전환 재원으로 실질효과를 즉시 담보할 수 있는 현행 ‘방송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디지털전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함에도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어 재원 확보의 의지가 있은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또 디지털전환의 직접 수혜자인 가전사와 유통사에 대한 디지털전환 재원 출연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지상파방송사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차별 대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12년 12월 31일까지는 이제 불과 4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10여년에 걸친 범국가적 디지털전환 추진을 거쳐서 2009년 2월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려던 미국은 디지털전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신임 오바마 행정부가 아날로그방송 종료 연기를 고려하고 있다.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 방식을 채택한 유럽은 DVB-T2를 통해 차세대 디지털방송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도 ISDB(International Services Digital Broadcasting) 방식을 앞세워 DTV 방식을 확정짓지 못한 중남미 디지털방송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2년 디지털전환 성공을 넘어 차세대 디지털방송 고도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국이 디지털전환을 성공시키고 세계 속에서 차세대 디지털방송을 선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디지털전환특별법 개정안’이 제안되어야 할 시점이다. 끝.

임성기 KBS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