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사이의 통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0명은 7월 21일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4개 법안에 대한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야3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더민주 공정언론특별위원장은 “160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방송을 방송답게 공정하게 정상화시키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늘리고, 사장 임명 시 재적 이사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수없이 논의됐던 특별다수제는 KBS 이사회 구조처럼 여‧야 추천 비율이 정해져 ‘과반수’를 정족수로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장치로 과반이 아닌 ‘2/3 또는 3/4 이상 찬성’을 적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19대 국회 당시 ‘길환영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KBS 이사회 여야 동수 추천과 특별다수제 도입이 검토됐지만 여야의 의견 차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선 크게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법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사회 구성은 여야 교섭단체 동수 추천과 합의 추천을 함께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사회에서 사장을 추천 혹은 임명할 때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KBS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특별다수제라는 것이다.
이외에 EBS의 경우 여당 추천 인사에 교육부 장관 추천 1인과 교육 관련 단체 추천 1인이 포함되도록 했으며, 사업자 5명과 종사자 5명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한 뒤 편성 책임자를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세월호 가족과 사드 배치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성주군민, 전쟁보다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공영방송의 보도에 아파하고 있다”며 “이 슬픔을 끝내기 위한 정의로운 싸움에 야3당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뜨거운 응원과 지지로 반드시 국민의 공영방송을 살릴 수 있도록, 이 비극의 시대가 끝날 수 있도록, 피로 세운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
야3당은 되도록 올해 안에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관한 어떤 공약도 제시하지 않은 만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최근 녹취록과 비망록 공개로 청와대가 KBS 보도와 인사에 관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학계 전문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퍼져 있지만 새누리당의 태도를 미루어 봤을 때 국회 통과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구조 자체가 이전과 달리 여야 견제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