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20대 국회에선 가능할까?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20대 국회에선 가능할까?
야3당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 강한 의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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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검증 없는 받아쓰기 보도와 잇따른 오보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 마디 없었던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향한 비난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KBS의 뉴스 영향력이 3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로 종합편성채널 JTBC가 뽑히는 웃지 못할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제20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삼는 등 강한 추진 의사를 내비추고 있어 여소야대 국회가 이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토론회6월 21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 빌딩 1층에서 KBS 8개 협회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8년 동안 진행된 언론 장악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이재정 더민주 의원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구성을 늘리고 7:6 구조 등 동수로 가는 방법 등이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고, 제작‧편성 규약과 관련해서는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안하고 있는 안들이 있다”며 “더민주의 의지를 의심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핵심 내용을 놓치지 않는 방식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역시 “지난 8년 동안 방송이 얼마나 황폐화됐는지 봐왔다”며 “그동안 논의된 내용들이 방송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하루 이틀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논란이 있을 때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 차로 매번 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발언도 이전 논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이사회의 정파적 구성-다수파에 의한 사장 선임-사장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매개로 한 보도 및 제작 집단의 도구화-정파적 시각을 경영진과 제작진이 공유하는 일체화 현상 심화’라는 일련의 과정 발생했다”며 “집권세력이 공영방송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공영방송 제도 자체에 대한 무기력감과 불신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서두에 언급한 세월호 참사 보도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 역시 “방송법은 방송 종사자의 자율권과 참여권 보장을 통해 전파 자원이라는 자원적 내지 매체적 특성에 기초해 의견 형성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공적 과업을 실현하기 적합한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경영권과 편성권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 교수는 이전과 달리 여소야대 국면이 도래함으로써 야권에 의한 공영방송 제도 재편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야3당은 국회 방송공정성특위가 설계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특별다수제, 13인 이사회 구성안 등을 바탕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의석수에 따른 배분이나 여야 동수 구성 등으로 지배구조 변경 △편성 규약을 강화하는 등 전문직 조직 문화로의 이동 등을 단기 방안으로, △공영방송법 별도 제작이나 공영방송에 대한 규정 구체화, 공영방송위원회 신설 등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포괄적 제도 개선을 장기 방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에 손관수 KBS 기자는 “방송법이 이번 권력에 의해 바뀌면 권력이 바뀔 때마다 바꾸려고 할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방지하느냐가 핵심이지 않겠느냐”며 “그런 면에서 사장임명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법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핵심이 사장 선임이라고 하셨는데 제도에 앞서 원칙이 세워져야 하고, 그 원칙이란 게 나쁜 사람들이 배제될 수 있는 선임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이강택 KBS PD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가능 여부에 의문을 표하며 쓴소리를 냈다. 이 PD는 “7:6 구조 등은 향후 운영에 따라 얼마든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고, 당장 MBC 사장 선임이 내년인데 지금 나오고 있는 방안들의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면 냉정하게 말해서 전혀 없다고 본다”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전반적으로 회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