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로 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

[기획] 해외 사례로 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경쟁 제한성 여부’, ‘시장 지배력 확대’, ‘이용자(소비자) 편익 제한 여부’ 중점 심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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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정부의 심사가 본격화되면서 찬반 격론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는 물론이고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여론 등도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 양상을 보이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례없이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전과 달리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찬반 양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방송기술저널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본격 심사에 앞서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 사례를 통해 방송통신 업계 M&A는 어떤 방향으로 심사가 진행돼야 하는지 정리해 보고, 방송통신 업계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이번 M&A 심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해외 인수합병 사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방송통신 업계의 M&A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M&A를 통한 경영 효율과 경쟁력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해외 방송통신 업체들의 M&A 사례를 살펴보면 불허 또는 조건부 승인이 더 많다”며 M&A 찬성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국가의 최근 M&A 현황을 보면 불허와 승인이 절반 정도로 M&A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먼저 미국은 2011년과 2014년 통신 업계 M&A를 불허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T&T와 T-Mobile의 M&A는 통신 요금 인상 요인을 발생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FCC는 “T-Mobile USA는 저가 요금 정책을 펼쳐왔던 기업인데 M&A를 하게 되면 저가 업체의 부재로 통신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 또 AT&T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일자리 감소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린트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15% 내외에 불과했음에도 FCC와 법무부 반독과점국(DOJ)은 T-Mobile과의 M&A에 반대했다. DOJ는 “스프린트와 T-Mobile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고, T-Mobile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시장 경쟁을 활성화한 중요한 사업자이기 때문에 M&A로 사업자가 줄어들게 되면 경쟁을 제한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컴캐스트 타임워너케이블

미국은 또 다른 동종 업계 M&A인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M&A도 불허했다. FCC와 DOJ는 “합병 법인이 57%에 육박하는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을 악용해 불공정 행위가 일어날 수 있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 연계 산업의 발전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미국 유력 일간지들은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M&A로 경쟁 저해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M&A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설 등을 계속 내보냈다. 미국 일간지들이 기업 M&A에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독점적 성격이 강한 방송이나 통신 사업에서 M&A 허용을 통해 독점 사업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방송통신 업계 M&A를 무조건 불허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위 이동통신 업체인 AT&T와 미국 내 최대 위성방송인 DirecTV의 M&A는 조건부로 승인했다. FCC는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감소에 따른 이용자 공익 감소의 우려는 있으나 이번 M&A로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에 FCC는 저소득층 결합 상품 요금 할인, 학교와 도서관에 기가 바이트 서비스 제공 등 의무 조건을 부여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FCC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의 M&A 관련 승인도 앞두고 있다. 물론 최종 승인까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FCC가 최근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의 추세를 반영해 승인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었다. 만약 이번 M&A가 승인되면 미국에서 동종 업계 간 M&A를 허가한 첫 사례가 된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그동안 동종 업계 간 M&A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독일에선 2014년 이동통신 업계 3위와 4위 사업자인 이플러스와 텔레포니카가 합병했다. 다만 독일 정부는 합병 법인의 이동통신망 30%와 보유 주파수 일부를 경쟁 업체인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와 신규 업체에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독일 외에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통신 업계의 M&A는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독일처럼 강력한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덴마크 이동통신 업계 2위, 3위 사업자인 텔레노어와 텔리아소네라는 M&A 발표 후 자진 철회했다. 이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산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 선택권 축소, 요금 인상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놓자 자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0년 이동통신 사업자인 KDDI와 방송 사업자인 J.COM의 M&A를 승인했지만 최근 자국 내 방송통신 간 M&A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 업계 간 M&A로 경쟁 제한이 일어나고 있어 독과점이 강화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를 중심으로 M&A 사전심사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 세계 방송통신 업계 M&A 심사는 경쟁 제한성 여부, 시장 지배력 확대 및 이용자(소비자) 편익 제한 여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에 공익성 심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미디어 분야에 집중돼 있는 영국의 공익성 심사는 M&A가 공익성에 미칠 영향을 단기간에 나타날 수 있는 정량적인 지표들을 중심으로 한 ‘정적인 효과’와 M&A 이후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디어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동적 효과’로 나눠 평가하고 있는데 이 같은 부분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은 2010년 Newscorp의 BskyB M&A를 놓고 공정성 심사를 실시해 이를 바탕으로 Newscorp가 BskyB의 뉴스 부분을 분리시키는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해외 사례처럼 M&A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철저하게 분석‧예측하고, 승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승인을 하더라도 강력한 조건을 내걸어 방송통신 업계를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 산업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 황근(2015). “SKT-CJ 인수합병에 따른 쟁점과 정책 과제” 한국언론학회 주최 <방송통신 플랫폼 간 융합과 방송 시장의 변화> 발제 자료
• 성춘일(2016). “SKT 독과점의 폐해와 통신 시장 규제 방안” 방송통신실천행동 <SKT의 독점 규제 및 방송통신 공공성 보장을 위한 정책 방안> 토론 자료
• 심영섭(2015). “방송통신 기업 간 합병이 방송 플랫폼 및 통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 한국방송학회 주최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의 조건 세미나> 발제 자료
• 아시아경제 ‘해외 통신·방송 인수합병 현황’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22312231792243
• 이데일리 ‘日 정부, 이통사 간 M&A 철저히 검증’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H41&newsid=01669526606124344&DCD=A00804&OutLnkCh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