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예언했다던 ‘중력파’의 존재를 실증했다고 해 과학계가 난리다. 완성된 지는 25년이나 됐지만 본격 가동된 지는 6개월밖에 안 된 라이고(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에서 그 실체를 증명했다고 한다. 그 측정 원리는 중력파가 지나가면 공간을 변형시키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있는 거리가 약간이라도 변형이 되는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했다고 한다. 실제로 길이가 4km가 넘는 위치에 거울을 놓고, 그 거울 사이에 레이저를 여러 번 왕복시켰을 때 발생하는 시간의 변화를 측정해 중력파가 지나갔음을 판별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발생한 중력파를 관측했다고 한다. 중력파의 검출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3,000km 떨어진 곳에 똑같은 시설을 만들어 두 곳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음을 가지고 비교 증명했다고 한다.
100년 후에나 증명이 될 정도의 사안을 미리 예견한 과학적 상상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아인슈타인은 천재임에 분명하다. 일반인은 비교적 요즈음 영화인 ‘인터스텔라’를 보면서도 블랙홀의 존재 자체를 믿기 어려운데, 블랙홀은 당근 있는 것이고 블랙홀이 충돌하면 이러이러한 중력파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100년 전에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 중력파에 대한 생각은 일반상대성 이론 발표보다 더 일찍 했을 것이니, 아이디어 자체는 100년이 더 됐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지나다니던 거리가 어느 날은 좀 더 멀어 보이거나 좀 더 가까워 보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혹시 중력파가 지나가서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중력파를 경험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교적 최근의 또 다른 물리학계 업적으로는 2013년 힉스(Higgs) 입자의 발견을 들 수가 있다. 1964년에 영국의 물리학자인 피터 힉스가 기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다는 입자의 존재를 예측했고, 그 입자의 존재를 50년 만에 증명했다는 것이다. 존재 자체를 입증만 하면 노벨상감이라고 해 과학자들이 스위스의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했던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해 노벨 물리학상은 힉스 입자의 존재예측을 한 힉스 교수와 벨기에의 알글레르 교수에게 수여됐다. 물론 힉스 입자의 발견은 사기라는 이들도 있었다. 독일의 한 물리학자는 ‘힉스 입자는 사기다(The Higgs Fake)’라는 책까지 펴내 가면서 노벨위원회가 속았다고 했다. 어디에나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과학기술 발전은 연속적으로 이뤄지지는 않는 것 같다. 가끔 천재들이 나타나서 툭 한마디 한 것이 비약적인 발전의 토양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Quantum Jump.
며칠 전 평창동계올림픽 D-2년 특별세미나에 다녀왔다. 주최인 미래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세미나 개최에 대한 안내가 없었고, 구글링을 해도 실체를 알기 어려웠던 행사였지만 어떻게 알고는 많이들 참석했다. 그 세미나의 부제는 ‘방송과 통신이 함께 하는 평창 ICT 동계올림픽’이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UHD+5G+IoT’의 시연장이 될 것 같다. 대략은 아는 내용이었지만 발표를 듣고서 씁쓸했던 점은 방송은 뱁새걸음, 통신은 황새걸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이었다. 방송 진영에서는 4K UHD가 방송될 수 있도록 나름 별의별 현란한(?) 방법을 다 고안하고 또 도입해서 6MHz Band 내에 HD 대비 4배의 정보량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통신 진영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5G 서비스를 도입하고, 2020년에는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한다. 현재 4G LTE 서비스의 속도는 최대 300Mbps이다. 이것도 통신사가 CA 기술을 통해 달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수치다. 그런데 5G는 20Gbps 이상의 속도를 달성하겠다고 하니 지금보다 최소 70배가량 빠른 속도다. 실제로 올해 MWC에서 이 속도의 시연을 했다고 한다. LTE 상용화된 것이 2011년이니 10년도 안 돼서 70배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은 거의 20년 만에 4배도 벅찬데.
이제 방송기술에도 천재가 나와야 할 것 같다. Quantum Jump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찾아보자. 주변에 기인이라고 소문난 방송 엔지니어가 있으면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혹시 6MHz 내에 방송 신호 100Mbps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하는 이는 없는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LDM을 10개라도 쌓아서 보낼 수 있다고 우기는 동료는 없는지. 조만간 천재를 못 찾으면 힉스 입자 발견 때처럼 ‘5G는 사기다’라고 외쳐야 할지 모른다. 평창올림픽의 기운을 타고 방송기술계에 천재가 출현하기를 애타게 바란다. 부디 내려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