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법원이 지상파 방송사가 각 지역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상대로 제기한 재전송료(CPS)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다시 지상파 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에 무게를 둔 판결이 나옴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 재송신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주지방법원 민사 제11부(윤성묵 부장)는 2월 18일 SBS와 청주방송이 CCS충북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CCS충북방송이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개별 SO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 1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지상파방송 3사가 남인천방송을 비롯한 개별 SO 10개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CPS 소송에서 개별 SO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침해 등 불법 행위를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어 청주지방법원도 재송신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무단으로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는 행위가 불법이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지상파 방송사의 적법한 권리 행사임을 확인해줬다”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SBS는 “사업자간 정당한 계약 없이 무단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별 SO의 재송신이 지상파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이 연이은 판결로 거듭 확인됐다”며 “개별 SO는 하루 빨리 정당한 계약을 통해 불법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방송협회는 다만 법원이 통상 CPS인 280원을 인정하지 않고, 가입자당 170원의 손해배상 금액 산정 기준을 제시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청주지방법원은 CCS충북방송의 손해배상 금액을 11억 5,400만 원으로 내놓으면서 SBS와 청주방송에 대해 각각 70대 30의 비율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CPS를 170원으로 적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지난달 판결에서 CPS를 190원으로 직권 조정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개별 SO의 사업 규모, 디지털 전환율, 매출액 등을 감안해 직권으로 손해배상 금액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개별 SO의 사업 규모와 매출액이 MSO‧인터넷TV(IPTV) 등과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CPS 적용은 부당하고, SO의 재송신이 난시청 해소에 기여한 점이 있기 때문에 CPS 280원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법원이 잇따라 CPS 280원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놓자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CPS 금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법원에선 280원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직접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CPS 인상 요구를 받아줄 유료방송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내놓은 CPS가 재송신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다.
이에 대해 방송협회는 “청주지방법원이 CPS 170원을 제시한 것은 CCS충북방송이 최근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어떤 근거로 손해배상 금액을 산정했는지 면밀히 살펴본 후 향후 항소를 통해 통상 이용료가 280원임을 명확하게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