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은 없다…지상파-케이블, 2월 29일까지 VOD 협상 연기 ...

블랙아웃은 없다…지상파-케이블, 2월 29일까지 VOD 협상 연기
‘VOD 중단과 재개, 광고 송출 중단 선언과 철회’ 반복…시청자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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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2월 29일까지 협상 시한을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지상파의 주문형 비디오(VOD) 공급이 재개되고, 예정됐던 광고 송출 중단도 유예됐다. 이로써 케이블 가입자들이 MBC 광고를 검은 화면으로 보는 상황은 면하게 됐지만 지상파의 VOD 공급 중단과 재개, 케이블의 광고 송출 중단 선언과 철회가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케이블에 VOD 공급을 중단한 지 나흘 만인 2월 5일 오후 6시부터 VOD 공급을 재개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는 VOD 공급을 정상화하고 2월 29일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케이블 업계도 2월 12일부터 MBC 광고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철회했다.

앞서 지상파 방송사는 “협상 결렬에 따라 MSO 중 씨앤앰을 제외한 CJ헬로비전, 티브로등 등 케이블에 대한 VOD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다”며 2월 1일 오후 6시부터 씨앤앰을 제외한 케이블 업계에 신규 VOD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케이블 업계는 2월 2일 ‘지상파 VOD 중단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2월 12일부터 MBC 채널의 실시간 방송 광고 송출을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 방송사가 인터넷TV(IPTV) 업계와 합의한 조건의 VOD 이용료 인상을 받아들이는 한편 개별 SO들은 CPS 190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원에 공탁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해소하는 등 협상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상파가 케이블 업계에만 재송신과 VOD 일괄 계약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며 실시간 재송신 CPS 인상(가입자당 280원에서 430원으로 인상) 등 모든 요구에 응할 경우 시청자의 금전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며 “지상파의 횡포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청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광고 송출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지상파 방송사 측은 “개별 SO들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오자 손해배상 금액을 공탁했으니 이를 지상파 저작권을 인정해 준 셈으로 치고 VOD를 계속 공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미 개별SO들이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만큼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개별 SO들은 1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항소키로 결정했다. 앞서 법원은 지상파방송 3사가 남인천방송을 비롯한 개별 SO 10개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CPS 소송에서 개별 SO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침해 등 불법 행위를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CPS 190원으로 직권 판결했다. 190원은 현재 IPTV나 케이블 업계에서 내고 있는 280원 보다 약 32% 낮은 금액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개별 SO들이 항소를 하면서 법원에서 직권 산정한 190원이라는 금액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공탁했다는 것”이라면서 “항소라는 것 자체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 판결에서 직권 산정한 금액에 따라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 간 팽팽한 신경전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협상 파행과 기간 연장이 반복되고 있지만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해결점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2월 29일 이후 VOD 공급과 광고 송출 중단이 어떻게 전개될지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에는 티브로드와 현대HCN도 씨앤앰과 마찬가지로 개별 협상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전 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가 또 다시 VOD 공급 중단과 광고 송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본지 기고를 통해 “관련 업계가 시청자를 그저 돈만 내는 봉으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지상파 방송사는 시청자의 90% 이상이 유료방송을 보게 하는 기형적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커녕 시청자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방패막이로 전락시켰고, 케이블은 가입자들에게 별다른 사과 없이 모든 책임을 지상파에 떠넘기며 가입자를 자신들의 실력 행사 도구로 만들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시청자가 유‧무료 서비스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우리 방송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학계 전문가 역시 “재송신 갈등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직접 수신과 연결된다”며 “시청자들이 스스로 직접 수신과 유료방송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 없었을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