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방송계 전망과 과제 ...

[신년 특집] 2016년 방송계 전망과 과제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지혜로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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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15년 방송계를 한 마디로 진단하면 ‘대혼란’이었다. 전 세계 60여 개국, 6,5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유료 미디어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계획 발표는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안겨줬고,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발표는 방송 통신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던 황금 주파수 700MHz 주파수 분배 방안과 지상파 초고화질(UHD) 정책 방안이 마련되면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UHD 특별법 제정 등 방송계 안팎에서 거론됐던 수많은 과제들이 2015년 세밑에 매듭을 짓지 못하고 대부분 2016년으로 넘어왔다.

2015년 연말 미디어 시장을 뒤흔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승인과 700MHz 주파수 경매 계획 수립 등의 사안이 올 상반기 내 처리 예정에 있으며 지난 몇 년간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는 지상파 중간광고와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 허용, 수신료 현실화 등은 올해에도 논쟁의 중심의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올해 방송계 이슈를 짚어보고 각 각의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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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상파 UHD 방송 시대…‘UHD 특별법’ 제정되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새해를 이틀 앞둔 12월 29일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지상파 방송사에 700MHz 주파수 5개 채널을 분배키로 확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지상파 UHD 방송 추진 일정 및 체계, 과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정책 방안에는 지상파 UHD 방송 투자 비용이 방송사 자체 조달로 적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2016년부터 2027년까지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총 6조7,903억 원인데 방송 광고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디지털 전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디지털 전환 당시에도 지상파 방송사에 디지털 전환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수신료 현실화, 광고 제도 개선을 통한 재정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아직까지 수신료 현실화, MMS 도입, 광고 제도 개선을 통한 재정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상파 사업자가 아닌 시청자를 위해 UHD TV 수신 안테나 내장화 및 UHD 방송 수신 관련 민원 처리 전담 기구 설치, 방송 광고 규제 개선, MMS 도입 등을 말뿐이 아닌 정책적 지원으로 처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 정치권의 UHD 특별법 제정 논의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UHD 전환을 위한 방송 장비와 시설 등 전반적인 비용은 방송사가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 끝없는 재송신 분쟁

올해에도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의 ‘재송신 분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2016년 1월 1일부터 케이블 TV에서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의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가 중단됐다. 케이블TV VOD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 중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VOD 서비스 중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SO에 VOD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과 정액 기반의 무료 VOD 공급 대가를 가입자당(CPS)으로 전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VOD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은 개별 MSO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MSO 중 하나인 씨앤앰은 시한 연장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VOD 공급도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블에 대한 VOD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상이 오랜 기간 지속됐음에도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만큼 단기간에 합의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CPS 분쟁 역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울산지방법원은 케이블 쪽의 손을 들어줬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상파의 손을 들어줘 양측 다 일진일퇴 거듭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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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금 주파수’ 700MHz 놓고 치열한 주파수 경매 예고

미래부가 상반기 중으로 주파수 경매 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동통신 3사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700MHz, 1.8GHz, 2.1GHz, 2.6GHz 등 총 140MHz 폭을 이번 경매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중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대역은 황금 주파수라 불리는 700MHz 대역으로 재난안전통신망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SK텔레콤과 KT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재난망 수주를 위해 장비 및 기술 표준 규격 등의 개발을 마친 통신사가 700MHz 주파수 대역에서 일반 통신용 주파수를 확보할 경우 재난망에 사용되는 장비와 동일한 통신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700MHz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며 “다만 다양한 주파수 대역이 나올 예정이고 700MHz 주파수 경매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눈치 보기가 만만치 않아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4.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승인받을 수 있을까

지난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최대 이슈 중 하나다. 현재 SK텔레콤은 7만 장에 가까운 서류를 미래부에 제출한 상태며,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총선과 상관없이)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해 공정성, 사용자 편익,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규정과 법에 따른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현행 법적 절차나 경제논리로 접근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방송 생태계 유지 관점에서 보면 △결합 상품을 통한 시장 지배력 전이 △방송 플랫폼 선택 다양성 및 이용자 선택권 제한 △케이블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침해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 관련 업계와 학계 등에서 ‘심사 기간 연장’, ‘관련 법‧제도 개선 뒤 심사 진행’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행 법적 절차대로 심사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래부의 승인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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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넷플릭스 국내 진출…파죽지세 VS 찻잔 속 태풍

넷플릭스가 1월 7일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한국을 포함한 130여개 국가에서 신규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지금 당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인도, 터키, 폴란드 등의 국가에서 신규 서비스가 시작돼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21개 언어로 서비스를 하게 됐다. 하지만 케이블과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와 제휴가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은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다운받아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서비스가 국내 방송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파죽지세의 영향력을 끼친 만큼 국내 방송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 영향력이 큰 국내 방송 환경에서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제휴 없이 서비스를 시작해 그 파괴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넷플릭스가 우리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6. 20대 총선…미방위의 숙제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는 2016년 4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헌법재판소의 입법시한인 2015년 12월 31일을 넘겨 ‘선거구 공백’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는 공백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선거 자체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17대 총선 때도 선거 약 한 달 전에 선거구 획정안이 공포됐고, 18대 총선과 19대 총선 때도 선거를 약 한 달 남겨둔 시점에 선거구 획정안이 공포된 만큼 선거일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임기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됨으로 20대 국회가 꾸려지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법안들을 새로운 법안들과 함께 다시 발의해야 한다.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기술진흥특별법(이른바 ICT법)을 통과시켜 신기술 발달과 관련된 부분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과 700MHz 주파수 분배안을 확정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을 도입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부분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법과 제도 정비가 기술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20대 미방위에 요구되는 부분이 많다. 뿐만 아니라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수신료 현실화 그리고 UHD 전환에 필수적인 UHD 특별법 제정 등 20대 미방위가 시작부터 처리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이기 때문에 미방위 구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 정부의 언론통제, 논란은 계속 된다

기존의 발행인을 포함한 3명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취재 인력 5명으로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명예훼손 정보에 대해 제3자의 심의 신청이 가능토론 한 심의 규정 개정 등 정부의 여론 통제 논란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의당 등을 비롯한 전국의 언론·시민사회단체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1월에 개정 시행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결정 선고 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하는 내용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이날 헌법소원과 함께 제출했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미디어스’, ‘비마이너’, ‘평화뉴스’, ‘뉴스민’, ‘시민의 소리’를 비롯해 전국 인터넷 신문 발행인 18명과 임원 및 기자 등 종사자 33명, 독자 10명, 인터넷 신문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자 1명을 포함해 모두 63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해 “상시 고용 인원을 인터넷 신문의 요건으로 두는 나라는 없다. 법률에서 등록제를 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 허가제와 같은 운용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마찰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8.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MMS 실시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 기반 마련

연말에 방통위와 지상파는 뜬금없는 MMS 도입 문제로 종합편성채널을 가지고 있는 주요 신문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갑작스러운 비판에 방통위는 “다른 지상파에 대한 MMS 도입은 검토한 바도 없고 계획도 없다”며 “MMS는 EBS로 국한해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MMS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도입됐어야 하는 서비스로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인 사안이다. 솔직히 MMS 서비스는 지상파 방송사에도 부담되는 일이다. 채널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콘텐츠를 더 만들어야 하는데 제작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MMS 서비스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그것이 디지털 전환 당시 시청자들과의 약속이었고, 시청자 복지의 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MMS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갈등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지상파 비대칭 규제 중 하나인 ‘중간광고’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안광한 MBC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케이블과 종편은 지상파 보다 높은 광고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라며 중간광고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현재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에만 중간광고를 금하고 있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유료방송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광고총량제 시행에 이어 올해에 중간광고 시행이 진행될지 여부에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난도 교수의 말을 빌려 2016년 원숭이의 해, 국내 방송계에 의무 부여를 한다면 과거 디지털 전환의 체험을 과신해 “나무에서 떨어지지” 말고 “원숭이처럼 현명하고 신속하게” UHD 특별법을 통한 지상파 UHD 방송 시작으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가 확대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