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강릉과 내 직장 지상파방송의 미래
박 성 규
편집주간 /SBS기술팀 부장
영동지방 강릉과 속초 두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해 보고자 한다. 과거부터 강릉은 태백산맥 동쪽 영동지역의 경제, 교육, 문화의 중심도시이면서 관광도시로 유명하다. 경포대 해수욕장과 정동진 바닷가 그리고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고 있는 소금강이 있고, 대관령 스키장과 오대산이 가까이에 있는가하면 주문진항과 동해항도 곁에 있다. 아무튼 산과 바다와 호수 등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둘러싸인 복 받은 관광도시로 유명하다. 그러나 강릉시는 언제부터인가 설악산을 배경으로 청초호 항구와 영랑호를 끼고 있는 속초에게 관광도시의 명예를 넘겨주고 있었으며, 경제의 중심도 속초로 옮겨가고 있음을 해마다 느낄 수 있다. 과거 속초는 설악산과 낙산사의 빼어난 절경으로 오래 전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었지만, 교육과 문화와 경제면에서는 강릉을 따라갈 수 없었던 실향민의 항구도시였을뿐이였다. 그러나 현재는 관광 규모에서나 관광 수익면에서 크게 강릉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속초시는 자가용 시대와 가족단위 관광과 휴양시대를 잘 예견했던 것 같다. 먼저 설악산 숙박단지의 강제 이주와 현대화로 깨끗한 숙박시설 제공에 이어 대단위 콘도 단지를 만들어 가족단위 관광휴양지의 이미지 홍보에 노력한 결과 편안한 가족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반면에 강릉시는 천연 관광자원의 개발과 정비에 힘써 왔지만 대단위 숙박시설과 휴식시설은 건설하지 못했다. 속초시에서 대규모 콘도와 골프장과 오락
시설을 만들어 갈 동안 강릉시는 유명회사 콘도 하나 유치하지 못했다. 정동진 모래시계 유명세 덕분에 청춘 남녀들이 모여들었지만 가족단위로 숙박하기에는 왠지 불편하고 불안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경포대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에게나 어울리는 해수욕장으로 변해갔다. 대관령 고갯길 대신 터널이 뚫리는 공사기간 동안
에도 강릉시에서는 콘도나 골프장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했다. 게다가 우회 톨게이트조차 주문진 윗쪽에 만들어 놓아 자가용 족들은 강릉 외곽을 통과하여 그대로 속초로 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주문진 남쪽 연곡 부근에 새롭게 톨게이트를 만들어 소금강 쪽으로 관광객을 유도할 수 있게 공사를 다시 하는 헤프닝을 벌이고 있다. 강릉공항과 속초비행장이 폐쇄되고 양양비행장이 만들어졌다. 속초시는 급히 양양 낙산해수욕장에 또다시 대규모 콘도를 유치하여 관광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강릉시는 비행장 이전에 대비하여 어떤 관광시설과 숙박시설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사이 속초는 미시령 구간의 터널을 뚫고 금강산과 연계하여 새로운 관광도시 변혁을 꿈꾸고 있다.
얘기를 바꾸어 지상파방송의 현실과 미래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지상파방송은 방송용 주파수를 이용한 무선시대의 문화. 정보. 오락 전달매체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90년대 케이블방송의 등장을 비롯하여 2000년대 위성방송이 탄생하고 이제는 IPTV라는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남으로써 지상파방송사의 위상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방통융합 시대가 예견되면서 통신은 방송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고, 신문 역시 방송을 넘보고 있을 때 그동안 방송사는 무엇을 대비하였고 어떤 준비를 해 왔던가?
IPTV라는 새로운 매체가 나타났을 때 방송사는 IPTV로 인해 방송사 내에서 어떤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고 어떤 수익이 발생할 것인지 생각해 봤는가? 과연 방송사 조직 내에서 IPTV로 인한 조직확대와 시설 확산 및 인원 증강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혹시 A/V신호만 IPTV 사업자에게 전송함으로써 수익 톨게이트를 IPTV사업자에게 넘겨주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상파방송사 컨텐츠를 유료채널에 재전송하더라도 IPTV주조와 같은 톨게이트는 지상파방송사에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A/V신호를 압축하고, 각종 데이터와 부가서비스를 MUX하고, 매체 특성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를 전송하기 위해 미리부터 전용시설과 인원을 마련하고, 방통융합 시대가 왔을 때 자신 있게 새로운 시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미리부터 필요했었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이기 이전에 지상파방송이 갖고 있는 무선 전송의 장점을 더욱 살리면서 직접수신자 확대 방안을 먼저 생각해 두어야 한다고 본다. 직접수신자 확대방안 없이 무조건 컨텐츠를 재전송하거나 나누어주는 일은 향후 지상파사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오히려 조금씩 잃어갈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강릉과 지상파방송은 필자의 몸과 마음의 고향이기에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실패한 미래를 보지 않기 위해 조금은 심한 격하와 지탄을 퍼부은 점독자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미래를 대비하는 혜안으로 내 고향 강릉과 내 직장 지상파방송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