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서울산업진흥원 및 방송기술교육원이 주최한 KOC 2015 행사에 다녀왔다. 작년 KOC 2014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으니 나름 ‘KOC 빠’라고 할 수 있다. 콘퍼런스가 끝나고 며칠 후에 KOC 2015에 대한 후기를 보고자 ‘KOC 2015’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검색 결과의 대부분은 대한체육회(Korea Olympic Committee), 게임인 Knights Of Clan이나 쿠웨이트 석유회사(Kuwait Oil Co.)에 관한 것이었다. KOC 2015와 관련해서는 한 건의 블로그도 발견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 KOC 2014에 대한 블로그도 찾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KOC에 참석하지 못한 협회원들을 위해서 ‘내가 아니면 누가 하랴’라는 자뻑(?) 정신으로 직접 후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KOC의 전체적인 차림표는 SDF(Seoul Digital Forum) 등의 IT 관련 콘퍼런스와 유사하다. 차이점은 SDF 등이 국제적 대가를 많이 불러오기에 보기에 좋지만 입맛에는 잘 안 맞는 서양 음식과 같은 반면에 KOC은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한식 같은 느낌이랄까. KOC 2014에서는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의 미래예측을 비롯해서 멀다면 먼 미래에 대한 내용이 많았었다. 그중에서는 김동준 InnoCatalyst 대표의 혁신에 대한 강연이 인상적이었다. 김동준 대표의 강연 내용이 동영상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회사 이름(혁신+촉매)이 말해주듯이 잘나가던(본인의 주장임)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혁신의 전도사가 된 과정과 혁신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했다. KOC 2015에서는 2014년에 비해 현재나 좀 더 가까운 미래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주제는 ‘창조적 소수자(The First Mover)’이고, 크게 3개의 세션으로 나뉘어서 Moonshot Thinking(미래를 움직여라), Purple Thinking(가치를 융합하라) 및 Destructive Thinking(틀을 파괴하라)로 구성됐다.
Moonshot Thinking의 첫 번째 강연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Moonshot) 계획을 우주항공연구원 류동영 달탐사체계 팀장이 설명해줬다. IT나 미디어 업계에서는 흔히 잘 접할 수 없지만 ‘마션’ 개봉기에 적합한 강연이었다. 김대식 KAIST 교수는 인공지능에서 Machine Learning이나 Deep Learning의 의미를 컴퓨터가 ‘개(dog)를 개로 인식할 수 있게 된’ 예제 등을 들어서 설명했다. 컴퓨터 인지자동화가 발전한 미래 사회에서 사람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울림 있는 강연이었다. 강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장은 기어VR 등의 기기로 몰입감을 증대시켜주는 가상과 현실의 접목을 설명했다. 머지않아 스포츠 중계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통하면 모두에게 VIP석에 앉은 듯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Purple Thinking 세션에서는 주로 융합기술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Purple’이 Blue Ocean과 Red Ocean을 섞은 융합의 의미인 것 같았으나, ‘보랏빛 추억’이나 씨스타 ‘보라’가 더욱 잘 어울리는 세션이었다. Dot Mill의 정해운 대표는 미디어 컨버전스 크리에이터라는 웅장한 직함만큼 대형 이벤트에 특수효과 기법을 총동원한 융합형 무대설치 및 운용기법과 신선한 공연을 보여줬다. 이규창 피키캐스트 이사는 모바일시대에 모빌리언들을 위한 콘텐츠의 성격을 정의하고, 실제로 피키캐스트에서 서비스되는 실례를 보여줬다. Floor의 질문을 받지 않은 관계로 개인적으로 pikicast의 ‘piki’가 유흥업소 호객행위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했으나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김진택 포스텍 교수는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님답게 Interactive한 미디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안면인식 기술과 개그 프로그램을 접목해 웃는 횟수로 개그 코너를 평가하는 관객 소통형 콘텐츠 시스템을 방송쟁이들에게 제안하기도 해 흥미를 더했다.
Destructive Thinking 세션에서는 첫 연사로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파괴를 통한 창조과정을 설명했다. 기존의 미디어를 해체해 Lego 조각을 재조립 하듯 필요한 것만 융합하고 그 결과를 유통하는 과정을 기회적인 측면에서 설명했다. 제일 대표적인 경우로 MCN을 예로 들었다. 권정혁 레진코믹스 CTO는 레진코믹스가 무료 Webtoon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유료화로 성공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줬다. 강연 중에 얘기한 ‘무료 콘텐츠는 좋게, 유료 콘텐츠는 더 좋게’라는 멘트는 이해는 가지만 좀 얄미운 감이 있었다. 마지막 세션의 마지막 발표는 나영석 CJ E&M PD가 맡아줬다. 기술의 발전이 예능의 포맷을 변화시킨 이야기와 ‘신서유기’와 같이 방송에서도 시범적으로 모바일 콘텐츠 포맷을 채택한 사례 등을 들어서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블로그를 대신하려고 거의 모든 강연에 대해 조금씩 쓰다 보니 ‘검둥개 멱감듯’된 것 같다. 그러나 참석해서 얻은 구체적인 미디어 트렌드 지식이나 정보 그 자체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필자를 포함한 방송기술인들이 미래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아서 의미가 있었다.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한 방송기술인연합회 분들께 감사드린다. 더불어서 내년에는 좀 더 방송기술과 접목이 된 강연이 많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사회자의 표현이 무색하게 필자는 올해도 행운상과는 거리가 멀어서 내년도 KOC 2016의 참석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도 은근히 고기(?)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