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VSB 상용화 불투명

8VSB 상용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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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MSO에 대한 8VSB 상용화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애초부터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상용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은 디지털 수상기를 보유한 아날로그 가입자에게 선명한 HD 화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8VSB 상용화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하지만 지상파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8VSB 허용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양방향 등 디지털 전환의 장점들이 배제되어 있는데다 해당 기술이 단순하게 ‘선명하게 보여지는 것’에만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겹치며 반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갔다. 그러나 미래부는 이러한 반발을 무시하고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8VSB 허용을 구체화했으며 전격적인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당초 미래부의 계획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2월에는 8VSB 상용화를 실시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며 추진동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8VSB 상용화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해당 기술의 상용화는 신호를 변환해 주는 컨버터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이를 배포하기 위한 막대한 초기 사업비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 케이블 MSO는 미래부에 비공식적으로 초기 사업비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되었고 미래부는 “사업비 지원은 없다”는 부분을 확실히 했다. 8VSB의 고질적인 문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는 부분도 추진동력에 제동을 걸었다.

사실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같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준비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막대한 커버리지를 보유한 유료방송은 이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여력이 없었기에 8VSB를 활용한 일부 디지털 전환을 선행하고 나머지 부분을 전면 디지털 전환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그러나 디지털 수상기를 가진 아날로그 가입자가 8VSB의 혜택을 받으면 디지털 전환으로 더디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8VSB 자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유료방송, 특히 케이블 MSO 사업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00%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15년까지 지역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독려하는 한편 2017년에는 모든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10%에 해당되는 단체 계약자에게 8VSB를 임시방편으로 허용하여 목표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즉, 케이블 MSO는 8VSB가 디지털 전환으로 가는 과도기며, 불분명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일종으로 해석한 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미래부의 추진동력도 상당히 약화된 상황에서 전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