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VSB 도입과 CPS논란

8VSB 도입과 CPS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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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을 천명하며 관련 업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당장 종합편성채널 특혜시비와 더불어 유료방송 저가화, 짝퉁 디지털 전환 논란 등 관련 반발이 상당하다.

한국방송협회와 방송인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즉각 미래부의 결정을 비판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를 위시한 시민사회단체도 미래부의 8VSB 허용에 대해 전면적인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소동을 지켜보는 케이블 업계의 마음도 불편하다. 케이블 MSO 입장에서 8VSB 허용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IPTV에 대응해 아날로그 상품 가입자를 지켜내는 보루로 여겨지긴 하지만,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살펴보면 상황이 마냥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케이블 MSO의 입장에서 8VSB 허용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가입자 방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게다가 홈쇼핑 송출료 수익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고화질을 담보하는 8VSB 허용은 케이블 MSO의 수익증대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장기적이고 전반적인 관점에서의 수익성이다. 우선 8VSB 허용에 있어 미래부는 채널 구성 및 상품의 가격을 기존 상품과 동일하게 책정하도록 명시했다. 당장 미래부의 정책이 직접적인 케이블 MSO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아날로그 TV를 가진 아날로그 상품 가입자의 경우 컨버터를 설치해야만 TV 시청을 할 수 있는데 미래부는 케이블 MSO의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한 대에 4~6만 원에 달하는 컨버터 비용을 고스란히 케이블 MSO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막대한 초기 사업비가 문제인 셈이다.

게다가 현재 케이블 MSO는 대외적으로 8VSB 허용이 클리어쾀과 함께 디지털 전환의 일종이거나, 혹은 과도기의 통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8VSB 상품에 묶여 디지털 전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무시하는 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재송신 문제가 첨예하게 얽혔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CPS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 MSO는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만 CPS를 납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8VSB 상품이 케이블 MSO의 주장대로 ‘디지털’이라면 당연히 CPS 부과 대상이 된다. 이에 케이블 MSO들은 “8VSB에 CPS를 과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8VSB를 도입하더라도 요금 인상이 거의 없어 CPS를 주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지상파가 8VSB 도입을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채널에 CPS를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만약 지상파가 8VSB 채널에 CPS를 과금하려 한다면 집단적으로 반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 MSO들의 8VSB 대상 채널에 대한 CPS 과금 불가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당초 지상파 방송사들은 8VSB 허용이 방송산업발전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대상이며,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8VSB 허용은 케이블 MMS의 성격을 가지며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는 점도 확실히 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아무리 온전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했으나 정부와 케이블 MSO, 종편은 ‘디지털 전환이 맞다’는 이유로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을 실시했다는 것이 지상파 방송사의 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8VSB 추진을 기어이 실시한다면 CPS 과금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8VSB 허용의 여파는 어떻게 될까. 당장 엄청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우선 대부분의 5대 케이블 MSO가 디지털 전환에 있어 나름의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8VSB 허용은 일종의 ‘미끼상품’의 역할에만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종편특혜의 경우 군소 PP 퇴출이라는 극단적 사태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고화질에 집중된 특혜논란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컨버터 비용과 CPS 과금 문제를 아우르는 논란이 심해질수록 8VSB 정책은 그 자체가 동력상실의 미로에 빠질 확률이 높다.

당장 미래부가 케이블 MSO의 실질적 이득 전무, 종편의 약소한 특혜, 다른 방송 사업자의 반발이라는 ‘결과물’을 위해 유료방송 저가화, 짝퉁 디지털 전환 논란,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형해화라는 ‘무시무시한 재앙’을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