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로 지상파 UHD 방송 시작하자”

“700MHz 주파수로 지상파 UHD 방송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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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을 방송과 통신이 적절하게 나눠 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방송의 보편적 접근을 위해 700MHz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전자파학회가 공동 주최한 ‘700MHz 대역 주파수 분배 정책과 방송통신의 미래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때 초고화질(UHD)은 프리미엄이라는 말도 있었으나 저가형 UHD TV가 출시되면서 HDUHD TV의 가격차가 거의 없어지는 등 UHD가 생각보다 빠르게 보편적 방송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을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V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UHD TV 판매대수는 지난해 대비 153% 성장한 3,200만 대로 오는 2018년에는 8,000만 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이 강세를 보이는 서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UHD TV 점유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지난해 유럽 TV 시장에서는 6대 중 1대꼴로 UHD TV가 판매됐다이런 추세라면 2015년에는 유럽 시장에서 UHD TV 판매 비중이 20%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UHD TV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을 통해서만 UHD를 시청할 수 있다면 결국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구만 UHD를 시청하게 돼 디지털 빈부격차를 조장하게 된다차세대 방송으로 여겨지는 UHD 방송은 고화질(HD)과 같이 모든 시청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지상파 UHD 방송을 실시해 보편적 시청권 및 매체선택권을 보장하는 한편 소득과 지역에 따른 디지털 정보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방송협회에서 글로벌리서치를 통해 1,0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75%UHD 방송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66%가 유료매체가 아닌 지상파방송을 통해 UHD 방송을 시청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UHD TV를 조기에 구매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에 지상파 UHD 방송은 시기상조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디지털 전환 당시에는 DTV 초기 보급률이 2.6%였음에도 시작했다“UHD 방송의 경우 이미 DTV 보유 가구가 많기 때문에 USB 타입 동글 형태의 컨버터를 구입하면 손쉽게 UHD 수신가능가구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유료방송 중심 UHD 방송으로 국내 시장 잠식 우려

또 지상파 UHD 방송으로 관련 산업의 활성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일본, 미국, 유럽, 중국에서 이미 UHD 방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유료방송 중심으로 UHD 방송이 추진되면 국내 방송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케이블과 위성, IPTV 등 유료방송 중심으로 UHD 상용화가 진행됐지만 콘텐츠 수급이 원활치 않아 수차례 재방송을 하고 있으며, 해외 UHD 콘텐츠 수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지상파 UHD 방송으로 글로벌 UHD 콘텐츠 시장을 선점해 한류를 지속시키고, UHD 방송장비의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역시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UHD 방송을 추진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며 보안이나 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 UHD 장비가 파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통신 쪽에서 경매를 진행해도 통신비가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체감하는 통신비는 깜짝 깜짝 놀랄 정도라며 매월 8~9만 원씩 내야 하는 통신비를 보고 어떻게 내려간다고 하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2012년부터 실시한 UHD 실험방송을 통해 지상파 UHD에 대한 기술적 검증을 완료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최초로 브라질월드컵 16, 8, 결승 경기를 4K UHD 생중계로 실시했으며, 인천아시안게임의 개폐막식과 배구, 육상, 수영 등의 경기를 UHD로 제작해 실시간 중계하는 등 성공적인 실험방송을 마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세워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이 부분을 지적하며 지상파 UHD 정책 수립이 늦어질 경우 노후로 인한 HD 장비와 UHD 콘텐츠 제작을 위한 UHD 장비의 별도 구매가 이루어져 오히려 이중투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700MHz 통신용으로 활용해야 국제적 조화?”의미 없어

한편 이날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700MHz 주파수 잔여 대역을 통신에 할당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없으며 모든 나라에서 이동통신용으로 할당 또는 할당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가 700MHz를 방송용으로 이용하게 되면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 세계 인구의 85.8%700MHz를 이동통신으로 사용하기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방송용으로 활용한다면 국제적 조화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광호 교수는 미국이나 캐나다는 독자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방식 자체가 다르고, 유럽이나 아프리카도 APT 플랜과 같지 않은데 국제적 조화라고 이야기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상생의 방안을 이야기하는 데 지상파 방송사에서 남은 주파수를 반환하겠다고 하지 않느냐. 이것도 상생방안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KBS 관계자는 지상파 UHD 방송은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까지 시작된 바가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며 세계 최초로 실시해야 차세대 방송 산업을 선도하고 창조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700MHz 대역이 단순히 이동통신용으로 사용되기만 하면 국제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밴드 플랜의 모양, 통신 방식 등 정확히 일치된 모습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국제적 조화는 의미가 없다며 김 교수의 주장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