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상태에 빠져있던 3DTV가 다시 부활할 것인가? UHDTV 시대가 도래하며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던 3DTV가 최근 다양한 유인효과를 통해 전면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가시적인 판매량과 출하량이 원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기존 3DTV 기술을 보완하려는 제조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월 25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사양사업으로 여겨지던 3DTV의 출하량이 조금씩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DTV 출하량이 4490만 대에 머물며 바닥을 쳤지만, 이후 2015년 5130만 대, 2016년 5440만 대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3DTV의 극적 반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UHDTV 판매량이 상승하며 3DTV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부분이다. 즉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입체 디스플레이로 옮겨가며 3DTV 부흥의 군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재 시판되는 UHDTV에 3DTV 기능이 기본적으로 장착된 것이 많으며, 가격 하락에 따른 UHDTV 대중화가 속도를 내면서 3DTV에 대한 기본적인 ‘니즈’가 높아진 것과 결을 함께한다.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UHDTV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대중성을 확보했으며, 상대적으로 3DTV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플랫폼 사업자의 지치지 않는 3DTV 바람몰이도 한몫을 했다. 최근 LG전자는 미국의 유명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와’의 제휴를 통해 최신 인기 3D 영화 30편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2월 12일(현지시각) 글로벌 음향 솔루션 전문업체 돌비래버러토리스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영상 콘텐츠 재생 기술을 발표하며 무안경 3DTV를 중요 사업 포인트로 천명한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전용안경을 제거한 3D 디스플레이, 즉 3DTV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홀로그램 기술의 첫 발을 뗀 디아이디(업체)의 기술력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디아이디가 이번에 개발한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는 동일한 높이와 각도로 웻지(wedge)를 넣은 반사판 표면에 LED 광선을 평행하게 구현해 일정한 방향에서 쏘아 반사된 빛이 균일하게 액정 표시 장치(LCD)에 전달되도록 만든 제품이다.
기존에 출시된 무안경 3D 디스플레이의 깜빡이거나(Flicker) 화면이 겹치는(CrossTalk) 현상을 보완하고 눈의 피로도를 최소화해 3D 영상을 보다 선명하게 즐길 수 있다. 또 2월 18일 3D 융합산업협회는 3D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2014년 신성장동력 성장기반 구축 지원사업을 논의해 의결하기도 했으며 지상파 방송사인 SBS도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3DTV 부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물론 토종 3DTV 기술인 듀얼 스트림 방식의 건재함도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서치의 3DTV 예상 출하량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다양한 사업자의 부흥 노력이 이어진다고 해도 당장 이를 3DTV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3DTV는 방송업계의 트라우마와 같은 존재다. 영화 아바타의 성공으로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콘텐츠 부족 및 관련 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만 연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09년 전 세계적 3D 열풍이 불 때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3D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산업체 100여 개에 연구개발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세몰이에 나섰지만 무려 2,600개의 관련 특허가 출원 중임에도 불구하고 80여 개 업체가 줄도산했으며 정부의 3D 육성정책도 휘청였기 때문이다.
또 2년전 3DTV 채널을 시험 개통하고 전국 53개 지역에 송출하는 한편, 5년 내 약 10개의 3DTV 채널을 론칭하려고 시도했던 중국이 최근 UHDTV로 급격하게 선회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UHDTV가 3DTV 부흥을 이끄는 시너지 효과를 유발한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여러 유인효과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UHDTV로 완벽하게 수렴되고 3DTV가 홀로그램의 자향성을 가진다면 역으로 3DTV의 시장성도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3DTV는 반격을 시작했지만 이는 순전히 최초 사업비에 대비한 일부 수익 환수에 한정될 확률이 높고, 콘텐츠+플랫폼 사업자의 바람몰이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현재 3DTV의 상황에 대해 ‘기로에 섰다’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것에 중론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