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어? TV가 안나온다구요?(1)디지털 전환이후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접근 보장

2013년, 어? TV가 안나온다구요?(1)디지털 전환이후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접근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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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이후 지상파 방송의 보편적 접근 보장

2013년, 어? TV가 안나온다구요?

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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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2년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이 되면 취약계층은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수신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계층 역시 유료방송으로 내몰리기 십상인 국면이다. 취약계층이 현재 디지털 전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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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는 2012년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을 전후해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접근 시스템을 체계화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로, 일반 시청자 및 취약계층, 관련 전문가에 대한 심층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는 정책부서의 주도로 유료방송 경쟁 체계가 본격화됨에 따라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각 사업자들의 담합을 경계하고, 무료방송의 직접 수신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그 내용의 일부인 취약계층의 심층인터뷰 결과를 소개함으로써, 시청자 특히 취약계층이 바라보는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접근 보장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심층인터뷰는 장애인, 노인,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시기는 지난 11월, 형식은 장애인, 노인, 이주여성 각 5명을 그룹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장애인은 ‘시각’ ‘청각’ ‘뇌병변’ ‘지체 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하였으며, 노인은 67세 이상, 이주여성은 청주지역에 거주하는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필리핀’ 출신 여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었으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을 담당하는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심층인터뷰의 주요 질문을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항목

구성

특수계층

방통융합시대 지상파방송의 역할과 과제

-선호하는 방송매체와 채널, 프로그램

-방송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요금

-방통융합시대 지상파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

-보편적 접근 범위와 내용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에 대한 인식

-유료방송의 요금에 대한 인식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접근을 위한 저가의 유료 다채널 방송서비스 시행시 적정 가격

-취약계층의 지상파방송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유료 방송 지원의 범위와 내용

 

(1) 가장 선호하는 방송매체와 채널․프로그램

지상파방송에 대한 선호는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들은 단순히 내용을 즐겨서만이 아니라 자막방송 등 현실적 필요에 따라 지상파방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장애인은 복지TV와 같은 전문채널과 종교채널, 노인은 YTN과 같은 보도채널과 종교채널, 이주여성은 아리랑TV나 NHK 등 모국어방송과 CJB(청주방송) 등 지역 방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에 적응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의 하나라고 한다. 장르별로는 뉴스에 대한 선호가 가장 두드러졌고, 드라마와 연예오락 프로그램도 즐겨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방송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요금

대부분의 인터뷰 대상자들은 지상파방송의 난시청으로 인해 유료방송을 보고 있었으며, 비용 지불에 대한 문제의식이 존재하나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이는 고질적인 난시청으로 인해 유료방송을 통한 간접수신이 고착화됨에 따라 문제의식이 다소 희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오히려 2012년을 전후한 직접 수신체계 안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심지어 부당한 방법으로 급격한 요금 인상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의 경우 18,000원에서 30,000원(디지털케이블)에 이르는 고비용의 수신료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경우 직접 수신, IPTV, 저가 케이블방송 등을 다양하게 수신하고 있었으나 비용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주여성은 약 3,000원에서 13,0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3) 보편적 접근 범위와 내용

전반적으로 지상파방송을 기본적 서비스로 보고 이를 직접 수신 방식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국가가 유료방송을 통한 지상파 간접 수신까지 보장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과 노인 인터뷰 대상자 중 일부는 정보격차 해소 및 채널 선택권의 확대라는 차원에서 유료방송을 경유하는 지상파방송 접근이 오히려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는 차후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매우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 모두 직접 수신이든 간접 수신이든 반드시 지상파방송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이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책은 이러한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아 아쉽다.

 

(4)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에 대한 인식

예상보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거나 대비하는 경우는 적었다. 특히 2012년을 전후해 완료되는 디지털 방송이 아날로그 방송과는 달리 도달율이 매우 높고 이를 통해 직접 수신이 가능한 체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장애인의 경우 1명을 제외하고 디지털 전환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다. 노인의 경우 2명은 몰랐고, 3명은 알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주여성의 경우 2명은 모르고 있었고, 2명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1명은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된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다.

 

(5) 지상파방송 접근 보장을 위한 국가의 유료 방송 지원의 범위와 내용

장애인들의 경우 지상파방송은 무료로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체계가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이와 더불어 교육․종교․보도채널이 무료로 함께 제공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경우, 지상파 접근을 위한 유료방송 수신료는 국가가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들 역시 지상파방송 접근이 어려울 경우 유료방송 수신료를 지출하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무료제공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주여성의 경우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은 무료로 제공하고, 유료방송을 통한 시청의 경우 30%정도 국가가 보조해줄 것을 주장하였다. 직접 수신은 무료 시청을, 간접 수신은 국가 보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장애인, 노인, 이주 여성 등 취약계층들은 지상파방송을 국민 누구나가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상파방송에 대한 접근이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직접 수신 체계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에 높은 요금에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있었으며, 국가가 책무의 차원에서 이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인식은 취약했다. 이는 오랫동안 아날로그 방송의 난시청이 고착화되어 왔을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연계된 직접 수신체계 안정화 이슈가 중요 의제로 부상하지 못한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인터뷰 대상자들은 지상파방송의 제공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그 책무를 지상파방송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공적 지원 체계를 수립함으로써 직접 수신, 간접 수신의 책임을 지상파방송에 부여하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식과 내용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다음 호에서는 그와 관련한 법제의 정비와 방향에 대한 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