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NAB 컨퍼런스 참관 소감

2010 NAB 컨퍼런스 참관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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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NAB 키워드는 ‘3D’와 ‘3G’

SBS  편집위원  장진영

 올해 4월에도 어김없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의 방송장비 전시회 ‘2010 NAB(The 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가 개최되었다. 2010 NAB는 4월 11일에서 15일까지의 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컨퍼런스는 전시회 개막에 이틀 앞서 4월 9일부터 시작되었다. 전 세계 1,500여 개의 업체와 155개의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NAB는 인지도 및 규모 면에서도 세계최고이며, 올해로 85주년을 맞이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깊은 전시회이다. 작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2009 NAB는 약간 축소된 규모로 진행되었다고 들었는데, 올해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2010 NAB가 개최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전세계 방송사에서 몰려든 방송기술인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들의 열정은 사막 위에 세워진 라스베이거스의 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방송장비 전시회지만 필자는 오히려 ‘축제’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휴양도시 라스베이거스의 분위기도 물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일조함에는 틀림이 없지만, 무엇보다 전세계 각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방송기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접해보고, 새롭게 알게 된 정보와 지식들을 현업으로 돌아가 어떻게 적용시킬지 서로 토론하는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 2010 NAB가 열린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 >

 NAB는 크게 ‘전시회(Exhibition)’와 ‘컨퍼런스(Conference)’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필자는 전시회보다는 컨퍼런스 쪽에 비중을 두고 참관에 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간할당을 많이 하지 않은 전시회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것 같다. 컨퍼런스의 경우 필자의 부족한 영어 청취력도 문제였지만 실상 다루어지는 내용들의 범위가 상당히 넓고 이론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몇몇 눈에 확 들어오는 내용이 아니고서야 감을 잡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전시회의 경우 각 부스 별로 체계적으로 디자인해서 시연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부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또 실제로 장비를 만져보고, 3D의 경우 안경을 쓰고 직접 체험해 보기도 하는 등 방송기술의 동향과 최신 기술에 대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선 전시회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면, 2010 NAB의 주제는 ‘Where Content Comes to Life’ 인데, 사실 올해 NAB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3D’와 ‘3G’였다. SONY, Panasonic, Harris, JVC, Evertz, Grass Valley Group 등 전시회에 참가한 거의 모든 메이저급 방송장비 업체가 3D 방송을 시연했으며, 3D 시연에 사용된 장비는 모두 HD-SDI 1.5Gbps의 2배인 ‘3Gbps’의 I/O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바타’라는 3D 영화 한 편의 전세계적 성공이 방송장비 시장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으며, HD 이후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장비업체들의 발빠른 대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단순한 3D 시연이 아닌 3D 카메라부터 3D 전용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의 종합적인 워크플로우(Work-Flow)가 제시된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3D를 인식하는 방식도 아직은 안경을 착용하는 방식이 대세였다. 또 JVC에서는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컨버터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3D 컨버터>
 여기서 3D를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잠깐 설명하고 넘어갈까 한다. 사람은 좌/우 눈으로 통해 얻어지는 시각 정보의 차이(양안시차)를 통하여 입체감을 느끼는데, 이를 그대로 카메라에 적용시켜 3D용 카메라에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역할을 하는 2개의 렌즈를 탑재하게 된다. 이 3D 카메라를 이용하여 왼쪽 눈으로 보는 영상과 오른쪽 눈을 보는 영상을 모두 실어줌으로써 우리 눈이 입체감을 인지토록 하는 것이다. 3D 카메라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L’, ‘R’의 영상신호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하나의 영상신호로 통합되고 이후 3D 전용 디스플레이에 수용되면 시청자는 3D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3D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앞서 3D를 인식하기 위해 안경을 착용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또한 ‘편광방식’과 ‘액티브 셔터 방식’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특정방식으로 통일이 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편광방식’의 안경을 사용했지만, 방송용 디스플레이 제조사 ‘TV-LOGIC’에서는 액티브 셔터 방식의 안경을 사용하여 3D 영상을 시연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3D’ 못지않게 두드러진 특징은 모든 방송장비들의 입출력 규격이 SMPTE 424M 규격에 따른 3Gbps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는 2K, 4K, 8K 등 갈수록 고성능화 되어가는 다른 방송장비들의 성능을 기존의 HD-SDI 1.5Gbps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1080p 제작을 염두한 것이기도 하며, 또한 위와 같은 원리로 2D보다 2배의 데이터가 필요한 3D 제작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2010 NAB 컨퍼런스는 ‘Broadcast Engineering Conference’, ‘Broadcast Management Conference’, ‘Broader-casting Conference’, ‘Digital Cinema Summit’, ‘Military and Government Summit’, ‘Post/Production World Training’, ‘Contents Theater / Super Sessions’ 이렇게 7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3D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 힘입어 ‘Digital Cinema Summit’과 ‘Contents Theater’ 부분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특히 SONY가 스폰서로 나선 ‘Contents Theater’는 3D 포함 최신 영상제작 기술을 도입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섹션이었는데, 첫날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서 미리 표를 받은 제한된 인원만 참관할 수 있는 것으로 입장방법이 바뀌었다. 필자도 꼭 참관하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반면 순수한 방송기술을 다루었던 ‘Broadcast Engineering Conference’ 섹션은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 최대의 방송장비 전시회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번 2010 NAB는 볼거리, 들을거리가 풍성했으며, 전세계에서 몰려든 미디어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열정적인 전시 및 참관태도는 이번 전시회의 백미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열기로 가득 찬 전시장 내 분위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참관에 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5일간의 일정을 치열하게 보내면서 전보다 훨씬 시야가 넓어지는 개안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보다 많은 방송 엔지니어들에게 NAB 참관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면서 짧은 글의 끝맺음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