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MBC와 삼성 청문회 일정 의결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청문회 안건 날치기 통과” 집단 반발
MBC 사측 “MBC 노영화하기 위한 정치적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
MBC 노조 “청문회 개최 결정 환영” “MBC 공영성 세우는 출발점돼야”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월 24일 MBC 노조 탄압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의결했지만 이날 집단 퇴장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보수 진영에서 ‘날치기 처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2월 1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을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간사 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전원 퇴장했고, 여당의 퇴장 이후 야당은 MBC 노조 탄압 관련 청문회를 오는 24일에, 삼성전자와 이랜드파크의 청문회를 오는 28일에 열기로 의결했다.
MBC는 지난 2012년 총파업 이후 파업 참가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 업무 배제 등으로 노조를 탄압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1월에는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2014년 4월 MBC 관계자와 보수 매체 관계자의 회동에서 “최승호하고 박성제는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를 시킨거다”라고 실토한 사실이 녹음 파일을 통해 공개되면서 노조 탄압 의혹이 더욱 커졌다. 이에 환노위는 지난해 9월 국감에서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백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백 본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환노위 회의 다음날인 2월 14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주도로 청문회가 의결된 것을 놓고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국회 환노위에서 청문회 안건이 일방적으로 날치기 통과됐다”며 “한국지엠의 노조 불법 행위에 대한 청문회를 물타기하기 위해 MBC 청문회를 도입했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대선 전략이고,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는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환노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 협의 없이 국회법 89조에 따라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변경했다”며 “한국지엠 노조 채용 비리까지 놓고 같이 논의하다가 자기들이 주장하던 것만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MBC 내부에서도 이 사안을 놓고 사측과 노조가 부딪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월 14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국회의 청문회 개최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청문회에서 잇단 보도 참사를 일으키고 노조를 탄압한 주체가 누구인지, 또 배후가 누구였는지 밝혀져 MBC의 무너진 공영성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또한 청문회 개최와 별도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녹취록 파문’의 장본인으로, 극우 성향의 군소 매체 관계자들을 은밀히 만나 ‘불법 해고’와 ‘부당 노동 행위’를 스스로 실토했으면서도 국감 출석 요구를 무시하고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가 우려돼 출석할 수 없다’는 후안무치를 드러내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노조와 달리 사측은 2월 15일 보도 자료를 내놓고 “MBC를 노영화하기 위한 정치적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사측은 “전체회의 안건에 포함되지도 않은 사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비도덕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야당이 주도한 전대미문의 언론 탄압이며 MBC와 방송 장악을 위한 폭거”라며 “기습 상정으로 시작해 날치기 가결로 달려간 이번 환노위 야당의원들의 폭거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사측은 이어 “공영방송 MBC를 노영화해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탈하려는 환노위 야당의원들의 날치기 폭거와 언론노조 등의 준동은 결코 용인할 수 없고 이런 상식과 정도에서 벗어난 작태와 요구에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압력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