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후, 방송사 파업 어디로 가나

19대 총선 후, 방송사 파업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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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방송사 파업이 수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많은 정치적 이슈를 품고 치러진 4.11 총선은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비록 일각에서는 ‘압승’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적절하다는 평도 있지만 불법사찰, 측근비리 등의 악재 속에서도 150여 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저력이 그대로 드러난 선거라는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동시에 이같은 선거 결과가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방송사 파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방송계 안팎에서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공정방송 복원 및 정부의 언론장악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공약은 커녕 방송사 파업에 어떠한 해결의지도 보이지 않은 여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정국은 다시 세찬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즉 방송사 파업 문제에 있어 국민의 진정한 뜻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해진 셈이다.

하지만 방송 및 언론사의 파업이 장기화 되며 총선결과와는 별도로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국민의 의지가 높아가기 때문에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본 무대에 뛰어든 19대 국회가 이 문제를 마냥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즉 지금까지는 여러 정치적 사안에 숨어 별 의지를 보이지 않던 정부와 여당이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승리’로 방송사 파업 문제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국회 문방위원 구성에도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높은 의원들이 입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기존 문방위원의 약 60% 정도가 바뀔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웅래(재선), 민병두(재선), 정청래(재선), 배재정(초선), 신경민(초선), 최민희(초선), 임수경(초선) 등이 19대 국회 문방위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 및 여당의 방송과 언론 정책 기조에 공세를 취할것으로 예상되는 김재윤(3선), 전병헌(3원), 이종걸(4선), 이상민(3선), 변재일(3선), 장병완(재선) 등의 18대 국회 문방위원들이 이번에도 문방위에 입성한다면 그 파괴력은 더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역임한 노회찬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진보당 의원도 변수로 꼽힌다.

그렇다면 방송사 노조 내부의 사정은 어떨까. 현재 파업을 하는 곳은 MBC와 KBS 언론노조 본부, 그리고 단계별 파업을 추진하고 있는 YTN이다. 여기에 방송사 지배구조개선을 기치로 내건 KBS 노조가 16일에서 18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율 84.6%, 찬성률 76.5%로 전격 파업을 결정함에 따라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투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 언론사 파업과의 연대과정에서 더 막강한 파괴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총선 이후 파업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져 각 방송사 노조간 물밑교섭을 통해 명분있는 파업 종결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과 KBS의 양대노조 파업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커녕 더 불완전한 상태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이 잠깐 고개를 들긴 했지만, 현재 각 방송사 노조는 투쟁의 깃발을 내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그러한 기조를 계속 이어가며 오히려 총선 이후에 더 강력한 투쟁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더 합리적이다.

한편 파업중인 각 방송사 노조원들은 16일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하며 “여당의 총선 승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공정방송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으며 같은날 민주통합당은 김재윤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언론정상화특위를 발족시켰다. 이어 17일부터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삼백배 투쟁에 돌입했으며 18일에는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언론장악과 불법사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새언론포럼은 19일부터 무기한 1인 릴레이 집회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들은 방송사 파업에 대해 어떠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불법사찰 문제에만 논의의 프레임을 고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19일에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현재의 방송사 파업은 불법”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