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수신료 분리징수는 합헌”

헌재 “수신료 분리징수는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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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5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를 가능하게 한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 위헌확인 사건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지난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2,500원으로 책정된 수신료는 40년 넘게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고, 수신료 분리징수도 화제에 올랐으나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신문‧종합편성채널‧공영방송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던 중 윤석열 정부는 3월 9일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전기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를 꺼내 들었다. 논란으로만 멈춰있을 것 같던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는 대통령실이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를 하면서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기 위해선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 한국전력공사 약관 중 하나를 개정해야 한다. 이에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에서 방송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한전 약관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KBS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방통위는 6월 14일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부분을 ‘지정받은 자가 자신의 고유 업무 관련 고지 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개정해 안건으로 접수했고, 2일 뒤인 6월 16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11일만이다.

시행령 개정은 법령안 입안, 관계기관 협의, 사전영향평가, 입법 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방통위는 입법 예고 기간을 10일로 정했다. 통상적으로 입법 예고 기간은 40일이지만 긴급한 사안의 경우 법제처와 협의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이후 방통위는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진행했고,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까지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모든 진행과정은 막힘없이 이뤄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월 11일 현지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했다. 정부는 다음 날인 12일 오전 관보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게재했고, 수신료 분리징수는 바로 시행됐다.

방통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아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격화되면 징수율 하락과 징수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KBS의 수익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전력은 분리징수 이후 연간 징수 비용이 최대 2,269억 원에 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통합징수 방식이 적용된 2021년 징수 비용 419억 원 대비 5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또한 “분리징수로 인해 국민들에게 돌아갈 이익은 전혀 없는 대신, 이로 인한 국민 불편 증가와 공영방송 붕괴 우려만 커지게 된다”며 “공적 책무 수행에 써야 할 비용 수천억 원이 수신료 징수 행위 자체에 낭비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헌재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지 않고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아 청구인의 방송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