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시청자 지적에 귀 닫고 있다가 대통령 한 마디에 부랴부랴 편성”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3사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중계방송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MBC 내부에서도 쓴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3월 16일 ‘평창 동계패럴림픽 외면한 MBC’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MBC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개막식 전부터 적극적인 편성과 보도를 쏟아낸데 비해 패럴림픽에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3사의 평창 동계패럴림픽 중계방송 편성은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지상파 3사가 처음 발표한 중계방송 시간은 KBS와 MBC, SBS 각각 총 18시간 20분, 17시간 55분, 17시간 46분이었다. 프랑스 텔레비전과 영국의 채널4 100시간, 미국 NBC 94시간, 일본 NHK 62시간, 독일 ZDF+ARD 60시간, 중국 CCTV 40시간 등 해외 방송사와 비교해볼 때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패럴림픽 방송사 중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평창 동계패럴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km 좌식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신의현 선수는 “예전보다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방송 중계 시간이 적어 아쉽다”며 “ (방송 중계가 많이 돼) 장애인 체육에 관한 국민 인식 개선에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패럴림픽 중계 시간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신의현 선수가 호소한 것처럼 국민들께서 패럴림픽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더 많은 중계방송 시간을 편성해줄 수 없는 것인지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한 뒤 “30년 전 서울 패럴림픽 계기로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것처럼 평창 패럴림픽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인식을 크게 높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지상파 3사는 부랴부랴 패럴림픽 중계 시간을 늘렸다. 3월 9일 개막식을 제외하고 12일까지 심야시간에만 패럴림픽 하이라이트를 편성했던 MBC는 문 대통령 발언 보도 다음날인 13일부터 낮시간대 패럴림픽 경기를 생중계했다. 그리고 편성시간도 18시간에서 35시간으로 늘렸다.
민실위는 “장애인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편성 확대를 요구했지만 MBC는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시청자 요구를 외면하다 대통령이 지적하자 부랴부랴 편성한 모양새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뒤늦게 경기 중계 편성을 늘렸고, 당초 녹화중계하기로 했던 폐회식도 생중계하기로 급선회했다고 해서 MBC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 문제에 소홀했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