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재논의 필요해” 공감대 형성

“통합방송법 재논의 필요해” 공감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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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논의는 방송법과 IPTV법을 기계적으로 통합하는데 그쳐”
“지난 9년 동안 무너진 공적 영역에 대한 회복 시급해”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기는커녕 방송법과 IPTV법을 기계적으로 통합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통합방송법’의 제정 방향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8월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주최로 열린 ‘방송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통합방송법 제정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권과 학계, 업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통합방송법 제‧개정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언론공정성실현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한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유료방송통합법은 방송법과 IPTV법으로 나눠져 있는 칸막이식 규제를 단일 규제체계로 일원화한 것으로 유료방송 규제 체계 정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유료방송 규제 체계 정비가 아닌 진정한 통합방송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통합방송법은 논의 단계부터 ‘밀실 논의’, ‘사업자 민원 창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표면적으로는 방송법과 IPTV법 규제 체계 정비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료방송 중심의 기계적 규제 완화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업계와 학계에서는 “유료 방송 중심의 과도한 규제 완화는 결국 돈을 낸 만큼 이용자 복지를 가져가라는 식으로 흐를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며 “여야 합의를 통해 길환영 방지법 등 그동안 논의돼온 공적 서비스 조항 등을 통합방송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기존 입장을 강행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주요 방송법 관련 개정 논의는 밀실 연구로 진행되거나, 유료방송의 산업적 측면만 강조해 방송의 공공성을 위태롭게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며 “변화된 시대상에 맞는 통합방송법 제정의 필요성을 심도 있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전 정권 9년 간 방송의 산업화, 유료방송 중심의 방송 산업 재편 정책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이 붕괴하고 후퇴했다”며 “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사유화하려는 의도가 작동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정기 과기정통부 과장은 “지난해 마련된 통합방송법을 두고 단순한 기계적 결합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이러한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다만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곽진희 방통위 과장은 “변화하는 방통 환경을 다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향후 방송과 통신, 인터넷이 융합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적 형태의 제도 개선 작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 개념 재정립’에는 모두 동의…사업자 역무 구분에는 업계별 의견 달라
발제를 맡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이명박 정부에선 방송의 산업화 정책을 추진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유료방송 중심의 방송 정책 추진으로 방송의 공적 영역 퇴행을 유발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우선 방송의 공적 영역을 회복하고, 건강한 방송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한 뒤 아래와 같은 사업자별 역무 구분을 통해 차등 규제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들은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을 표했으나 사업자별 역무 구분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방송의 산업화와 유료방송 중심의 방송 산업 재편으로 인해 붕괴된 방송 생태계가 복원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매체별 획정을 임의로 포괄하거나 분류하지 말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OTT 서비스나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 향후 더 모호한 영상 서비스 등을 기존 미디어 관련법 기준에 따라 억지로 분류하고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적 혼선만 야기할 수 있다”며 “콘텐츠 특성별로 나눠 적용하는 것이 시청자나 이용자를 위해 더 낫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케이블 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희경 성균관대 박사는 방송을 무료와 유료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율이 5% 내외인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유‧무료의 구분을 없애야 한다”며 “발제자가 제안한 1인과 2안을 혼용해 공적 영역과 특수 영역, 일반 영역으로 나누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특히 지역성 구현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방송의 경우 중앙보다 완화된 규제를 통해 지역 방송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방송 정책에서 비대칭 규제는 특정 사업자를 보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지역 방송의 비대칭 규제는 시장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만 적용하는 한시적 규제 정책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흥석 한국IPTV방송협회 부장도 사업자별 분류 체계에 의문을 표했다. 고 부장은 “사실상 지상파와 종편 방송에 차이가 없는데 2안을 보면 차등적인 역무로 분류했다”며 “또 소유 및 재원 구조 측면에서 공공적 성격을 갖는 KBS와 EBS를 제외한 MBC, SBS, 종편, 보도 채널을 어떻게 분류하고 공공성을 확보할 것인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