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쾀 TV, 우려와 기대사이

클리어쾀 TV, 우려와 기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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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는 12월 2일부터 저소득층이 디지털 TV를 저렴하게 구매하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율을 상승시키겠다는 방안을 천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지부진한 유료방송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율을 억지로 상승시키려 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실질적인 저소득층 시청권 보장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상존하는 것은 부담이다.

우선 이번 미래부의 조치가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이라는 점이 문제다. 클리어쾀 TV는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과 같은 임시 방편적 디지털 전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제도 모두 고화질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해 선명한 시청권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양방향 등이 가능한 온전한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고, 시청자가 더 나은 미디어 서비스로 이동하는 통로를 가로막는 유리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1900년대 미국에서는 고화질 시청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클리어쾀 TV를 출시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클리어쾀 TV의 고화질에 매료되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지 않자 FCC 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여기에 8VSB도 마찬가지지만 클리어쾀 TV 출시는 콘텐츠 시장의 붕괴를 야기해 궁극적으로 콘텐츠 중심의 발전방향이 가로막히고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에 역행할 가능성도 높다.

또 정부가 직접 나서 유료방송의 지지부진한 디지털 전환율을 억지로 독려한다는 문제도 있다. 물론 유료방송 가입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그들의 시청권도 보장해야 마땅하지만, 정부가 개인 사업자에 불과한 유료방송의 이득을 위해 서두에서 설명한 폐단을 무시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물론 미래부는 12월 2일을 기해 저렴한 디지털 TV를 구입한 시청자에게 직접수신환경 개선 작업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비판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관련 법에 의거해 진행되고 있는 사항인 반면 미래부가 추진하는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왜곡 지원(8VSB, 클리어쾀 TV)는 뚜렷한 법 조항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10년 동안 지지부진한 디지털 전환율을 보이고 있는 유료방송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반쪽까지 디지털 전환 용인 및 지원’은 절차상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 미래부가 클리어쾀 TV는 물론 8VSB 허용이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인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개인 사업자의 가입자 쟁탈전’이라는 내막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연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12월 2일 시작된 클리어쾀 TV 가격에 대해 미래부는 “출시되는 클리어쾀 TV가 70%에 해당되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명분을 세웠지만 실제 시중 판매가와 같은 사양의 중소기업 제품 가격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24인치 LG전자의 클리어쾀 TV(모델명 24MN33DQ-PN)를 확인해 보자. 미래부는 219,000원의 가격을 책정했으나 이 TV의 시중 판매가는 클리어쾀 TV와 별 차이가 없는 229,600원이다. 또 같은 사양의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편차는 있지만 150,000~200,000원 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물론 29인치나 32인치 등 대형 TV로 갈수록 시중 판매가와 편차는 더욱 벌어지지만, 모두 70%의 가격차이가 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고가의 TV에 비해 중소기업 TV를 비교하면 오히려 이번에 출시된 클리어쾀 TV는 비싼 편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재고팔이에 미래부가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직접수신이 아닌, 유료방송에 가입할 경우 12월 2일 클리어쾀 TV를 통해 시청자들이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3,000~4,000원이라는 점도 문제다. 미래부는 이 금액을 두고 ‘저렴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래부는 케이블을 기준으로 기존 아날로그 상품 가격을 그대로 디지털 상품 가격으로 맞췄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우선 클리어쾀 TV는 지상파, 홈쇼핑,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을 포함해 30개 채널을 시청하는 구조다. 이러한 ‘스펙’은 기존 아파트 공시청 등을 통한 단체계약 금액과 비교할 때 같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백번 양보해 클리어쾀 TV가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라고 정의한다고 해도 4,000원에 육박하는 유료방송 가입료는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다.

올해 초, 클리어쾀 TV 출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이에 미래부는 클리어쾀 TV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란의 목소리가 심해지자 국회에 관련법을 제출한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실과 협의해 해당 상품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한다는 정책을 발표해 한 발 물러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채널 숫자에 대한 비판 및 홈쇼핑 채널 포함이 과연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책이냐는 논란이 뜨거워지며(8VSB도 마찬가지지만, 클리어쾀 TV에 홈쇼핑 채널을 넣는 것은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명목이 약해지는 현상이며, 이는 곧 직접 이해 당사자인 케이블 업체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타 매체에게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해당 사업은 표류를 거듭한 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전사도 클리어쾀 TV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통해 12월 2일 탄생한 클리어쾀 TV는 ‘실질적인 저소득층 지원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비판에 또 한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정책이 8VSB 허용과 더불어 지상파 방송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제해결의 길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