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과 IPTV의 미디어 플랫폼 전쟁이 불거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위시한 정부의 지상파 옥죄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유료방송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케이블과 IPTV의 대회전도 본궤도에 올랐다.
케이블은 UHDTV를 통한 전방위적 가입자 보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의 지상파 UHDTV 정책 누락, TTA의 지상파 UHDTV 표준 거부 등 정부가 사실상 지상파 UHDTV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은 충분한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분석이다. 이에 케이블은 작년부터 UHDTV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CES 2014에서 수도권 최대 케이블 MSO인 씨앤앰이 LG전자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셋톱박스 방식의 UHDTV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케이블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UHDTV 전용채널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이 HTML5로 수렴되는 방송의 외연적 확대에 성공할 경우 그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료방송의 더딘 디지털 전환을 우려하는 정부와 영향력 확대를 기치로 내건 종합편성채널의 이해관계로 탄생한 8VSB 허용도 케이블의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맞서는 IPTV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점하는 케이블이 가입자 수성을 목표로 한다면, IPTV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몸집을 불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IPTV 1위 사업자인 KT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기반한 모바일 IPTV를 선봉으로 삼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망’의 개념을 확장시킨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전략인 셈이다. 현재 IPTV 3사는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모바일 IPTV를 성공적으로 론칭해 시장에 안착시켰으며, 빠르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모바일 IPTV의 발전은 공적 자원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방송과 주파수 할당전을 벌이는 통신이 모바일 IPTV를 통해 주파수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상존하는 부분은 추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듯 케이블과 IPTV의 대회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유료방송 규제완화 및 진흥정책이 고조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노골적인 유료방송 진흥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는 2월 임시국회를 통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가 어렵다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기존의 개정된 방송법에 IPTV 법을 추가한 통합 방송법을 관철시킨다는 2차 전략도 현재 진행형이다. 케이블과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 규제완화가 2월 임시국회, 혹은 2015년을 목표로 하는 통합 방송법 처리로 현실화된다면 양측의 격돌은 더욱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추후 지상파와의 재송신 협상과 DCS와 같은 이종기술의 도입 등에서는 각 유료방송이 합종연횡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한편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상파 방송은 미증유의 위기에 빠졌다. 유료방송 규제가 순차적으로 풀리며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기반 자체가 상실될 위험이 커졌다. 특히 지상파 MMS와 케이블 8VSB 허용이 상충되는 부분과 정부 주도의 지상파 UHDTV 전략 좌초, 방송용 주파수 미확보는 대형 악재로 여겨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