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미래창조과학부는 논란이 되던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디지털 TV를 가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는 별도의 작업이 없어도 고화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으며 아날로그 TV를 가진 아날로그 가입자는 DtoA 컨버터를 설치하면 고화질 방송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 미래부가 발표한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 방침’은 ‘전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빠르고 기민했다. 이는 지난해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8VSB 상용화를 공식적으로 천명했지만 각 이해 당사자의 반발이 상당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늦어도 1월 말이나 2월 초에 8VSB 기술기준 개정 고시를 발표하고 이후 입법예고기간 및 케이블 MSO의 상품구성과 약관승인, 시설 변경허가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하지만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이라는 오명과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논란은 8VSB 허용이 추진된다고 해도 여전히 심각한 결격사유로 남을 전망이다. 여기에 케이블 MMS 현실화와 지상파 MMS가 상충되는 문제는 지상파 방송의 형해화라는 점에서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DtoA 컨버터 비용을 아우르는 막대한 초기 사업비도 변수로 부각된다. 미래부가 컨버터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아날로그 TV를 보유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먼 훗날의 일이지만 지상파 재송신 문제와 관련된 CPS 논쟁도 뇌관으로 꼽힌다.
사실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같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준비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막대한 커버리지를 보유한 유료방송은 이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여력이 없었기에 8VSB를 활용한 일부 디지털 전환을 선행하고 나머지 부분을 전면 디지털 전환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디지털 수상기를 가진 아날로그 가입자가 8VSB의 혜택을 받으면 디지털 전환으로 더디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8VSB 자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래부는 3월 11일 발표를 통해 8VSB 허용을 천명하며 이용자의 시청권 보호와 PP의 인위적 퇴출 방지를 위해 현재의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의 상품별 채널수와 요금을 그대로 8VSB 상품에 대입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리고 8VSB 상품 전환 지역의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 시청자들에게 전환 동의를 받은 이후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물론 컨버터 교체 비용은 전적으로 케이블 MSO의 몫이다.
현재 유료방송, 특히 케이블 MSO는 지난해 10월부터 100%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15년까지 지역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독려하는 한편 2017년에는 모든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10%에 해당되는 단체 계약자에게 8VSB를 임시방편으로 허용하여 목표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즉, 케이블 MSO는 8VSB가 디지털 전환으로 가는 과도기며, 불분명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일종으로 해석한 격이다. 앞으로 8VSB 허용이 케이블 MSO와 미래부의 바람대로 추진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미래부는 2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8VSB 허용을 골자로 하는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변경허가, 준공검사, 약관 신고 및 요금 승인 등의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