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뷰(K-VIEW)’가 던진 화두

‘케이뷰(K-VIEW)’가 던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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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 세미나는 성황이었다.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빽빽했고 취재진도 몰렸다. 이날 세미나는 올해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첫번째 행사였고 KBS가 추진중인 ‘케이뷰(K-VIEW)’를 주제로 한 첫번째 공식 토론회이기도 했다. 이 정도만 해도 관심을 끌기 충분했는데 여기에 김인규 KBS 사장이 직접 축사를 맡고 고희일 KBS 케이뷰 추진단장이 토론자로 나온다고 했으니 방송 업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도 토론자로 나와 정부가 처음으로 케이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었다. 플로어에는 KBS뿐 아니라 타 방송사나 관련 업계, 학자들도 상당수 눈에 띄어 케이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김인규 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케이뷰 플랜’은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듯이 현재 한개 채널에 6MHz 대역폭을 쓰고 있는 것을 쪼개 1개의 고화질(HD) 채널과 3개의 표준화질(SD) 채널을 구성하는 다채널 서비스를 의미한다. 3개의 3D 채널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멀티모드서비스(MMS)와 구별되지만 구현되는 기술 방식은 유사하다. 1개의 HD 채널은 MPEG-2, 3개의 SD 채널은 MPEG-4 압축방식을 이용한다는 게 KBS의 계획이다.

김인규 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2012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 케이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두 명의 주제 발표가 끝난 후 고희일 KBS 케이뷰 추진단장도 “케이뷰 플랜은 돈이 없어서 유료방송에 가입 못한 전체 국민의 20%에게도 다채널 시대의 혜택을 누리게끔 하자는 순수한 의도”라며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을 도입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김인규 사장이 ‘디지털전환 촉진’과 ‘디지털 격차 해소’라는 2가지 큰 목표를 제시했지만 케이뷰의 시장 파급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의식해 KBS는 케이뷰에 대한 논의가 나올 때마다 ‘유료 방송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KBS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채널 수와 성격을 비교할 때 유료방송과 직접 부딪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이뷰는 기존 1개 지상파 채널당 4개의 채널을 운영할 수 있으므로 KBS1, KBS2, MBC, SBS, EBS 채널을 모두 포함할 경우 20개까지 채널을 늘릴 수 있다. KBS는 기존 지상파 채널을 HD로 운영하고 지상파 계열 PP와 국회방송 등 공공 채널을 여기에 포함시킨다는 구상이다. 반면,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은 디지털 상품의 경우 100여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 ‘재미’를 추구하고 있는 상업 채널들이다. 따라서 기존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해지하고 케이뷰로 넘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유료방송은 HD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위성방송만 해도 HD 채널이 50개에 이르며 케이블TV도 30개에 달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패턴도 HD 위주로 변하고 있어 웬만하면 ‘HD존‘ 밖으로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그런데 케이뷰의 경우 기존 지상파 이외 채널은 SD로 운영된다. HD 화면에 길들여진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과연 SD 채널 위주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로 이동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KBS는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기존 400~500만명의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케이뷰를 서비스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KBS가 아무리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KBS가 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의 ‘프리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프리뷰 가입자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서 영국 최대의 디지털 방송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또, 처음 표방했던 무료 서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장병희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프리뷰의 도입은 경쟁 관계에 있는 케이블 방송 플랫폼, IPTV 플랫폼, 위성 방송 플랫폼 모두 성장률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영향력은 한국적 상황에서도 부분적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케이뷰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일 이외에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방송법 등 관련 제도를 고쳐 도입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면허방식을 결정해야 하고 사업자의 지위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주파수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기술기준도 바꾸어야 한다. 여러모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 도입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날 방통위 이상학 방송정책기획과장이 “(디지털 격차 해소와 소외 계층에 대한 방송 서비스 확대를 위해)케이뷰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한 것은 되새겨볼 만하다.

강희종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