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과 차세대 컴퓨팅플랫폼

[칼럼] XR과 차세대 컴퓨팅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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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겸임교수] 2025년 빅테크 기업의 핵심 전쟁터로 차세대 컴퓨팅플랫폼이 부상하고 있다. 메타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올해는 AI의 미래를 형성하는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650억 달러(약 93조 원) 투자 계획을 명확히 했다. 또한, 미래 기술의 방향인 양자컴퓨터에 대해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5~30년 뒤에나 실용화 가능하다며 시급성에서 거리두기를 하자, 저커버그는 기다렸다는 듯 동조하면서 ‘차세대 컴퓨팅 기술’을 들고나왔다. 저커버그는 AI·소셜 미디어와 연계하는 스마트 글래스를 차세대 컴퓨팅플랫폼으로 지칭하며 비즈니스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알파벳이 양자컴퓨터 반도체인 윌로(Willow)를 공개하며 실용화에 앞서가는 발표 이후에 나온 것이다. ‘차세대 컴퓨팅 기술’은 구글을 향한 엔비디아와 메타의 공동 견제구인 셈이다.

미디어 기술 측면에서 차세대 컴퓨팅플랫폼의 전환점은 2024년 2월 애플이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식 출시하며 던진 화두인 ‘공간 컴퓨팅’에서 출발한다. ‘공간 컴퓨팅’의 기본 개념이 ‘혁신적인 연결로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컴퓨팅 환경’인 것처럼, 2025년 빅테크 기업들의 격전지인 컴퓨팅플랫폼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과 생성형 AI 기술이 차지한다. 공간 컴퓨팅의 핵심 기술이 XR, IoT, AI와 통신망으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한걸음 앞서있는 기업은 메타와 애플이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중심 생태계에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메타는 늘 애플의 폐쇄형 플랫폼을 비난하며 비즈니스를 한다. 메타의 주된 수익원이 광고이고, 애플은 애플 생태계와 구독경제라는 점에서 다름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Meta Smart Glass (Block Media 자료)
출처: blockmedia.co.kr/archives/852598

소셜 플랫폼에 진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를 만드는 리얼리티 랩스에 199억 달러를 투입했다. 예전의 ‘스마트 글래스’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아님을 암시한다. 그래서 저커버그는 스마트 글래스의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메타는 스마트 글래스가 물리적인 세계와 인터넷 세계를 연결한다고 표현하지만, 필자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한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필자는 차세대 컴퓨팅플랫폼의 범용적인 이름을 ‘AI 글래스’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AI 글래스는 애플이 비전 프로를 발표하면서 추구하던 헤드셋 중심의 XR 기기가 가진 착용의 불편함을 넘어서야 한다. 외형은 일반 안경 형태인 스마트 글래스의 모양을 가지면서도, 하드웨어 한계를 넘어서는 온디바이스 구현을 요구한다. 물론 당분간 무선 컴퓨팅 장치와의 연동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공간 컴퓨팅’으로 향하는 AI 글래스 개발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아직 스마트 글래스로 불리는 차세대 컴퓨팅플랫폼에 대한 주요 기업의 공개적인 전투 신호를 살펴보자. 메타는 수퍼노바라는 코드명으로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며, ‘수퍼노바2’라는 고글형 스마트 안경을 출시 예정이다. 사이클용 고글인 ‘스페라(Sphaera)’ 안경 중앙에 카메라를 탑재하며 스마트 안경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기대되는 것은 ‘하이퍼노바’라는 코드명으로 준비 중인 신제품이다. 렌즈 우측 하단에 정보를 투사하는 디스플레이를 포함한다. 사용자는 이 디스플레이로 앱을 실행하고, 알림을 보고, 기기에서 찍은 사진을 볼 수도 있다. 이것은 2027년 발매 예정인 차세대 XR 안경인 ‘오라이온’으로 가는 시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메타는 이미 판매 중인 레이밴 글래스를 통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디스플레이 크기와 올인원 제품의 성능, 그리고 별도 무선 컴퓨팅 장치의 채택 여부가 될 것이다. 멀티모달 AI 음성 비서의 장착은 이미 필수품이다.

“Apple Glass” render by iPhone_lover on Instagram
출처: appleinsider.com/articles/25/01/31

애플은 비전 프로의 2세대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제 애플의 숙제는 비전 프로와 같은 헤드셋 장치가 아닌 일반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래스다. AR을 넘어서는 정보 제공과 콘텐츠 소비가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해야 한다. 별도 트랙으로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더라도 결국은 하루 종일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는 안경 형태로 만나야 한다. 비전 프로는 헤드셋 형태이었지만, 주변 환경 인식이 가능한 AR을 구현했고, 입체 콘텐츠 소비 가능성을 보여준 기기였다. 최근에는 고가형 비전 프로에서 저가형 AR 헤드셋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뉴스와 맥과 연동해서 사용하려던 AR 글래스 개발을 중단했다는 뉴스 등이 공존하면서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애플표 AI 글래스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삼성전자 XR 헤드셋
출처: 삼성 뉴스룸(news.samsung.com/kr)

삼성은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구글·퀄컴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기반 XR 헤드셋을 사전 공개했다. 착용 중에도 주변 현실을 볼 수 있는 패스스루 기능과 구글의 멀티모달 AI 장착으로 유튜브도 즐기고, AI 활용이 가능하다. 안경 형태가 아닌 헤드셋으로 모바일 안드로이드 OS의 채택과 확장성은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계속해서 디스플레이 및 XR 분야의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AR 글래스를 개발하는 매직 리프(Magic Leap), 가상현실(VR) 헤드셋 기술을 가진 바르조(Varjo), 그리고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뷰리얼(VueReal) 등이 대상이다. 삼성이 콘텐츠 비즈니스를 겨냥한 미디어 테크놀로지 기업 인수에 진심인 것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