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해중 KBS 영상감독] 약 10년 전 2015년부터 IP 기반 방송 제작 시스템이 국내 방송계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기존 SDI 기반 제작 시스템은 단방향 전송인 데 비해 IP 기반 제작 시스템은 양방향 전송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기존 SDI 시스템에 비해 높은 유연성, 쉬운 확장성, 케이블링 감소, 원격 제작 용이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당시는 IP 기반 네트워크가 10Gbps 기반이라 압축 코덱을 이용한 UHD 신호 전송이 필요했다. 그래서 Sony에서는 NMI 코덱, Grass Valley는 TICO 코덱, Evertz는 ASPEN 코덱을 이용해 UHD 신호를 압축하여 전송하는 방식을 이용하였다. 제조사별 다른 압축 코덱을 사용하다 보니 신호 호환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제어 신호 규격도 저마다 달라 결론적으로 특정 회사 장비에 종속되는 Lock-In이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들은 “언젠가는 IP 기반으로 가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라고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였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IP 기반 방송 제작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한 많은 기술 발전이 있었다. 첫 번째로 IP 기반 네트워크가 10Gbps에서 100/400Gbps 기반으로 전환되어서 비압축으로 신호 전송을 할 수 있어 신뢰성이 향상하였다. 두 번째로 IP 기반 비압축으로 미디어 신호를 전송하는 SMPTE-2110 표준이 정립되었다. 세 번째로 제어 신호 규격의 표준화인 NMOS(Networked Media Open Specifications)의 확산으로 여러 제조사 제품 간에 호환성이 확대되었다.
이런 기술 발전으로 북미 지역 및 유럽 지역 방송사는 IP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 NBC 방송국은 2024 파리올림픽 IBC 센터 전체를 IP 기반으로 설계하였으며, 일본 NHK는 신청사에 SMPTE-2110 기반의 IP 제작 시스템 도입을 결정하였다. 지난 10년간 국내 방송사의 IP 기반 시스템 주요 도입 현황은 아래와 같다.
KOCCA는 개별 부조를 독립적으로 IP 기반으로 전환했으며, KBS는 6개 부조의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KBS는 2021년 전사 신호 분배 시스템에 SMPTE-2110 기반 표준을 활용해 도입하였다.
추가로 최근 국내에 도입하는 AMU(Audio Mixing Unit)는 고유의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하지 않고 SMPTE-2110 기반으로 통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AWO사는 기존의 Ravenna 프로토콜 기반에서 SMPTE-2110 기반으로 전환했으며, Calrec은 기존 Hydra 기반의 프로토콜에서 SMPTE-2110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STAGETEC도 기존 TDM fiber 기반에서 SMPTE-2110 기반으로 전환하였다. 현재는 Video 장비에만 IP 기반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면 전체 부조를 IP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사는 신규 부조 시스템을 SDI 기반으로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첫 번째는 비용 문제이다. SDI 기반 제작 시스템이 구축비와 유지‧보수 비용에 있어서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구축 시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SDI 기반 시스템은 케이블만 연결하면 거의 통신이 되지만, IP 기반 시스템은 좀 더 복잡한 설정을 요구한다. 특히 제어 시스템 NMOS 호환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IP 기반 시스템의 장점인 유연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세 번째는 서비스 지원의 한계이다. 장애 발생 시 국내 영업사의 지원에 한계가 있어 해외 본사를 통한 서비스 지원이 필요해 장애 처리에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네 번째는 장애 판단의 어려움이다. IP 기반 시스템을 몇 년간 운영하다 보니 정말 상상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어떤 장비의 잘못인지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모든 제조사는 자신의 장비는 문제가 없다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 SDI 장비는 In/Out 구분이 명확하다 보니 측정기를 통해 신호를 측정하면 장애의 경계가 명확하지만, IP 기반 장비는 정확한 장애 Point 발견에 어려움이 있다.
IP 기반 제작 시스템의 비용 및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 부조의 IP 전환이 아닌 건물 전체의 IP 전환으로 설계가 필요하다. 대규모 도입으로 인한 장비 도입 단가의 절감 및 자원 공유를 통한 설계로 구축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SDI 시스템에 비해서 긴 장비 간 호환성 및 정합 테스트가 필요하기에 신청사를 만들 때 IP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CNN(미국), BBC(영국), NHK(일본), CBC(캐나다)에서는 신청사 구축 시 IP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 해외 방송사는 장비 도입 후 1~2년의 긴 기간 동안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며 최적의 인프라 디자인을 설계한다. IP 기반 시스템 도입을 결정하였다면, 방송사별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현업자의 IP 기반 전문 역량을 키우고 방송사에 적합한 Workflow를 구현해야 한다. 외부 IP 전문가들은 너무 IP 네트워크 위주의 접근만 하기에 실질적인 Workflow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IP로의 전환이 확산하고 있다.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한때는 동축케이블을 이용해 부조를 만들었단다”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는 시기가 올지도 모르겠다. 마치 20년 전 KBS에 입사했을 때 “예전에는 진공관 송신기와 Reel-Tape를 자르고 붙이면서 방송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