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라이트 사례로 보는 SNS 중독성

[칼럼] 틱톡 라이트 사례로 보는 SNS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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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박성환 박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이미 틱톡 라이트 가입자일 것이다. 이처럼 틱톡 라이트의 파격적인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미있는 영상을 골라보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틱톡 라이트는 기존 틱톡의 경량화 애플리케이션이다. 광고를 보고 가입하면 15,000원, 친구 초대로 가입하면 45,000원을 포인트로 받는다. 총상금 10억, 15억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자극적인 이벤트도 계속된다. 이렇게 가입해서 10일간 연속 출석을 하면 또 포인트를 받는다. 가입자를 유치하면 최대 30만 원을 받는다. 설마 하며 가입해 봤더니 실제로 포인트가 쌓이고, 바로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네이버페이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자체의 중독성에 더하여 현금성 보상이라는 촉매를 가미하니 중독효과는 어디까지 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출처: 틱톡 라이트 앱(이벤트 화면 일부)

세계 각국에서는 숏폼(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중독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대응한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틱톡 라이트의 보상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방어막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법은 EU가 작년 8월부터 온라인상 유해 콘텐츠·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한 법이다. 이 법에 따라서 페이스북(메타), X, 틱톡 등 총 19개 기업이 EU의 특별 규제를 받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중독성에 대한 국내 상황은 어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청소년의 스마트폰 의존률은 32.7% 증가했다. 틱톡 라이트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119만 명을 넘어서더니 7월 중순 약 4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40대 가입자가 32.7%인 125만 6,312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대 미만은 7.6%인 29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보상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만 19세 이상으로 제한했기에 이 정도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팍팍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40대 이상 스마트폰 앱테크족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중독성에는 나이 구분이 없는 셈이다.

이미 스마트폰을 포함한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이 자해와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많다. 2023년 11월 국내 정신건강의학 학술지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16세~18세 청소년 1,6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해율은 28.3%, 자살 고위험군의 비율은 11.8%로 집계했다.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하늬 교수는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보상 추구나 인지적 통제와 관련된 뇌 영역 기능이 변화돼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게임중독’, ‘스마트폰 중독’의 접근이 아닌 구체적인 앱 차원의 다양한 소셜 미디어 중독에 대비할 수 있는 촘촘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성인의 경우에도 대비가 필요한 정도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7월에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용역 과제를 발주했다. 이번 기회에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 분석을 통해서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 환경에 적합한 정책 및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디지털 중독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각종 사회 문제 발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국회에서도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이라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개정안에는 SNS 중독, 확증편향, 정신 건강 위기로부터 미성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술과 담배 판매에 건강을 해친다는 위험 문구를 표기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점을 기억하자. 소셜 미디어의 폐해는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기에 서둘러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 사용 폐해에 대한 대응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각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 미국 뉴욕주 의회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미국 41개 주 정부는 소셜 미디어 업체를 상대로 청소년 SNS 중독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13세 이하 아동이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게 하고, 3세 이하는 영상 시청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위험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소셜 미디어의 탄생 이전에도 미디어는 상업적, 사회적, 정치적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긍정 미디어의 역할을 다시 보아야 할 시기이다. 틱톡 라이트가 불러온 중독성 이슈를 통해서 더 많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1인 미디어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개인화된 미디어 콘텐츠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쾌락 자체와 수익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공영방송은 새로운 경험, 특이한 상황을 다양한 도전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콘텐츠 기획력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프라인 소통과 연계한 방송 미디어의 클린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정책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모델도 활성화해야 한다. 바로 지상파 UHD 방송 플랫폼이 해결책이다. 전국망 구축과 스마트폰을 통한 방송 수신 기능, 데이터 및 재난 서비스 개시로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공적 기능의 스위치를 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