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의하면 월평균 가계 통신비가 2019년 12만 원대에서 2022년 13만 원대로 올랐다.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 이동통신, 알뜰폰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2월 대통령께서 통신 시장 과점 해소를 요청한 이후, 제4 이동통신 이야기와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이야기가 주로 나오고 있다.
통신 시장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위 두 정책의 실효성에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제4 이동통신사업자는 역대 정부에서 7번 실패했었고 다시 시도한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기존에 실패한 이유는 천문학적인 망 구축 비용 대비 이미 기존 사업자가 자리 잡고 있는 시장에서 기대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더불어 28㎓를 가지고 사업을 하라고 떠민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 명약관화하다.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격으로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이미 알뜰폰 시장도 기존 통신사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신사업자에게 큰 비용 하나는 망 구축이다. 새로운 망을 구축할 때 투자하는 비용은 4~5년에 걸쳐서 수십조 원에 달한다. 2019년부터 서비스한 5G의 경우, 2019년 설비 투자 비용이 (CAPEX) 약 9조 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설비 투자 비용이 약 30조 원에 달한다. 물론 이 비용을 모두 5G에 투자하지는 않았으므로 30조 원보다는 작겠지만 십조 원 이상의 구축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망일수록 기지국 수가 증가하므로 일반적으로 구축 비용이 커지는 추세이다.
이동통신은 1980년에 1세대망이 나온 이후로 약 10년 주기로 다음 세대 망이 나오고 있다. 1990년에 2세대인 GSM을 도입했고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가 2세대에 해당하는데 1996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이후 2003년, 2011년, 2019년에 3·4·5세대망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기가 2세대망 이후 약 7년마다 새로운 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한 세대마다 약 20조 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망 구축 비용으로 80조 원을 사용한 셈이다.
2세대망은 이동하면서 전화할 수 있다는 희열을 모든 국민에게 가져다주었고 CDMA 기술로 새로운 국가 먹거리를 가져다주었다. 3세대 기술과 4세대 기술은 아이폰의 혁신 아래 돌아다니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가져다주었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가치 있는 투자라고 볼 수 있다. 5세대 이후부터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4세대와 5세대의 차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볼 때 효과가 미미하다. 빠르다고 하지만 집에서 100메가를 쓰나 1기가를 쓰나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것처럼, 사용자 입장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면서 효과 측면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5G의 4G와의 큰 차이는 28㎓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는 것과 지연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최근 이동통신 3사는 28㎓ 주파수를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환했다. 통신사업자에게 주파수는 부동산업자에게 땅과 같은 자원이다. 28㎓ 주파수 대역은 사막에 있는 황량한 땅으로 비유할 수 있고 LTE와 5G 주파수가 쓰는 2G~3G 대역은 강남 3구는 아니더라도 마용성 정도의 땅이다. 사막의 땅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하니 비용은 많이 들어가고 효과 측면은 낮을 수밖에 없다. 저지연 시간은 많이 연구됐지만 실질적으로 4세대와 큰 차이가 없어서 구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올해 2월, 여당은 정부에 6세대 망을 위해 예비 타당성 면제를 제안하고, 기술 주도권을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공위성과 결합하는 6세대망의 기술은 망이 적게 깔린 아프리카, 호주 등에는 아주 획기적이지만, 우리나라처럼 99.9% 깔린 나라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새로운 망을 도입하려면 수십조 원의 투자를 해야 하는 망 사업자에게 비용 부담을 주어 통신비 인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성장곡선의 S자 커브의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통신산업에 적절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신비 인하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의 성장 일변도 정책은 다소 모순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