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상운 남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연구센터 교수] 최근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기사가 증대하고 있다. 일부 시험용 자율주행차량의 사고 소식도 있기는 하나 언젠가는 운전자가 핸들을 놓고도 자율주행 시스템에 의지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데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자율주행차를 얘기하면서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5G’다. 자율주행차와 5G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의 판단과 조작 없이 도로 상황을 감지하고 적절한 반응을 제때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 적용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의 시설물, 차량, 보행자 등을 인식하기 위해 GPS 신호를 수신해야 하며, 차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상 센서, 라이더, 레이더, 초음파 등 다양한 센서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 조향 및 제동 장치를 앞서 언급한 센서와 연동해 조작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앞서있고 시험 운행이 많은 미국에서는 최근 연이은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3월 18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에서는 우버의 볼보 모델이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운전자와 충돌하는 사망 사고가 있었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센서가 보행자를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이 이유로, 보다 자세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닷새 후인 3월 23일(현지 시각)에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서 테슬라 모델X 자율주행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뒤에서 주행하던 일반 자동차가 연이어 추돌 사고를 당했다. 추돌 뒤 불길이 치솟고 폭발이 일어나 배터리가 실려 있던 차량 앞부분이 폭발해 완파했으며 운전자는 사망했다.
이런 사고 사례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개막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대 이전 단계로서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가 먼저 보급이 되고 있다. ADAS의 장점은 자동차 주변의 객체와 차량 환경을 운전자가 아닌 차량이 스스로 감지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해 안전성을 제고하고, 운전자의 운전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나 ADAS 지원 차량의 핵심은 자동차 주변의 다양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센싱 기술이나, 여기에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기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술이며, ‘Connected Vehicle’이란 용어도 종종 쓰이고 있다. 통신 진영에서는 새롭게 개발하는 5G를 앞세워 자율주행차나 ADAS를 지원하는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5G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며 “향후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에는 이동통신 모듈을 탑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등의 안전 주행을 위해 요구되는 센싱 및 조작에 이동통신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이동통신 진영의 바람은 차량 주행에 요구되는 기능 외에 자율주행으로 인해 운전대에서 해방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엔터네인먼트 서비스에도 이동통신망을 주력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Apple과 같은 콘텐츠를 구비한 플랫폼 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맞아 자동차에 장착한 기존의 라디오 수신기 등을 밀어내고 고속의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한 미디어 서비스의 이용도 가속할 전망이다.
지상파방송은 독보적 방송사업자로서 화려했던 과거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으며, 더욱 거세지는 경쟁 매체의 출현 속에서 점점 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지상파방송은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네트워크 강점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는, 또 홍보 어필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진영이 자신들의 기술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부풀려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지상파방송은 지진, 태풍 등으로 이동통신이 쉽게 무용화하는 경우에도 굳건하게 재난 경보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차별된 매체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고정밀 위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절대적 비교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또 이뿐인가! 라디오, TV 채널을 통해 제공 가능한 양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향후 제공하는 UHD 모바일 TV 서비스는 자율주행차에서 각광받는 매체로 등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앞으로 자동차 이용자들, 즉 국민들은 현재도 부담이 적지 않은 이동통신 요금에 자동차로 인해 추가적 통신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 방송의 역할과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본 칼럼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