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펭수 팬 덕분입니다

[칼럼] 이게 다 펭수 팬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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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EBS 정보보호단 단장] 방송미디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캐릭터 기반 콘텐츠가 있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으로 단기간에 인기 급상승한 EBS ‘자이언트 펭TV’가 그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유튜브 채널에서도 광고에서도, 나아가 펭수 상품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른 방송사들도 ‘펭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며 펭수 같은 캐릭터 발굴이나 다양한 플랫폼과 광고 시장을 연계하는 콘텐츠 서비스 신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펭수의 인기 비결에는 눈치 안 보고 거침없이 내뱉는 ‘사이다’ 발언으로 직장인들의 애환 해소해 주기, 자유분방한 행동, 어느 장소에서나 툭툭 튀어나오는 예능감,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펭수 어록’ 등의 인간미(?) 등이 있다. 더불어 큰 덩치임에도 귀여운 캐릭터이다. 한마디로 방송사의 콘텐츠를 온전히 수익으로 연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어려운 걸 펭수가 자꾸 해내서 EBS는 즐겁다. 펭수는 소셜미디어 시대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을 잘 활용하며 활동한다. 콘텐츠 유통에서도 성공적 모습을 보여준다. 최초의 기획 방향과 현재의 위치를 살펴 미래형 콘텐츠 서비스모델 개발에는 어떤 돌다리를 두드리며 가야 할지 생각해 보자.

10대를 위한 캐릭터에 모바일 프로그램을 기획했더니, 신 서비스모델로 성공했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이 어린이 방송을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한다. 몸은 초등학생이지만 정신연령이 앞서가니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하니 자연적으로 교과서적이고 유아틱한 프로그램을 멀리한다. 볼거리가 없으니 소셜미디어에서 또래들과 이야기할 소재가 없고, 그러다 보니 성인 프로그램을 기웃거린다. 뜻하지 않게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먼저 노출되곤 한다. 초딩의 장래 희망 상위 랭킹에 ‘건물주’가 있는 것처럼 이들은 자본주의의 꿀물이 어디에서 흐르는지를 안다. 방송 프로그램명인 동시에 유튜브 채널명인 ‘자이언트 펭TV’는 이 같은 초등 고학년을 타깃으로 기획해 낚싯대를 던졌더니 초등은 물론이고 직장인들까지 줄줄이 달려 올라오는 형국이다. 뜻밖의 행운이라고 할까? 펭수의 주류 팬은 20대에서 40대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외로움을 겪는 세대인가 보다. 그래서 펭수의 인기 바탕에는 위로받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연민과 대리만족이 있었다. 기획 의도대로 프로그램 방향이 달려주지는 않았지만, 뜻밖의 인기에 EBS도 시청자도 즐겁다. “44살에 펭수에 빠져서 덕질 중이에요. 시간 날 때마다 유툽 들어가서 펭수 보며 울고 웃고 아주 생쇼 중입니다”, “펭수야 나는 10살인데 우리 엄마가 너를 엄청 좋아해” 이런 댓글을 보면 펭수가 전하는 긍정 에너지의 전파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자이언트 펭TV’는 더 이상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처럼 펭수는 방송 채널도, 유튜브 채널도 잡고, 광고 시장도 흔들고 있다. 이른바 종합 미디어 플랫폼 활용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모바일 시대 융합 콘텐츠 서비스의 성공 모델이 됐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1인 미디어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개인 운영 채널로는 콘텐츠와 소재의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셀럽들은 다른 전문가와 협업으로 서로서로 채널을 알린다. 자신의 채널에 다른 셀럽을 출연시키는 온라인판 품앗이 현상이 그것이다. 이 방법으로 다루는 주제의 폭을 넓히고, 추가 구독자도 늘린다. 이런 점에서 펭수는 이웃 방송사와 재능 나눔도 잘하고 있다. 타 방송사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각종 행사에 초청받아 더불어 발전해가는 것이다. MBC ‘여성시대’, SBS ‘스브스 뉴스’, KBS ‘연예가중계’, 정부 부처 등 어디든 간다. 광고조차도 에피소드 콘텐츠로 녹여낸다. 재미있게 보다 보면 끝까지 보게 되고, 뒤늦게 광고 냄새가 나더라도 낚였다는 생각은 거의 없다.

‘자이언트 펭TV’는 10대들의 미디어 이용 공식을 잘 활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유튜브 채널로 동영상을 본다. 이들이 모이는 콘텐츠엔 광고주가 달려온다. 코로나19에도 빙그레 웃는다는 빙그레의 참붕어싸만코 광고, 파리크라상의 펭수 케이크 열풍도 재미있다. 남극 펭귄이니 동원참치와 협력하고, 고향인 남극을 방문할 때면 세종과학기지를 찾아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활동들이 방송사가 찾던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펭수는 방송 포맷에 시청자를 가두지 않으면서도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종합 선물 세트가 됐다. 미디어 환경은 더 복잡해지고, 소비자는 금방 싫증 내며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하지만, 새로운 기획의 성공은 어렵다. 그만큼 방송사의 수익사업은 더 힘겹다. 살펴보면 팬들의 아이디어와 팬 미팅이 펭수 성장을 견인한다는 생각이 든다. 팬들은 펭수에게 참치 다발, 남극 참치 방석, 참치캔 케이크 등 정성을 담은 신선한(?) 선물을 보낸다. 이제 펭수는 담요, 캐릭터 우산, 위생컵, 타올, 욕실화 등 다양한 굿즈를 준비해서 보답한다. 오들도 펭수는 팬들의 행복한 날을 돕는 긍정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펭수는 미디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하겠다. 그래서 펭수 기획사 EBS와 펭수의 마음은, ‘이게 다 팬 여러분 덕분입니다’일 것이다. 펭수의 목표대로 글로벌 스타로 성장해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펭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