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장님은 장비 구매를 왜 그렇게 싫어하실까?

[칼럼] 예산부장님은 장비 구매를 왜 그렇게 싫어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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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녈=임중곤 UHD KOREA 사무총장] 9월은 방송사의 2025년도 자본예산 계획을 구체화하는 시기이다. 방송통신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장비와 기술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방송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성능 장비가 필수적이다. 엔지니어링 부서는 당연히 최신 기술을 탑재한 장비를 도입해 서비스의 안정성과 성능을 극대화하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 장비가 대부분 비싸다는 점이다. 예산을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장비 구매에 드는 비용과 그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처음 장비를 사는 순간에는 그 비용이 손익계산서에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감가상각비가 매년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엔지니어링 부서와 예산 부서 사이에 충돌이 생기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방송통신 인프라의 핵심은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는 데 있다. 엔지니어링 부서에는 방송이 중단되거나 품질이 저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고성능의 장비가 필요하다. 특히, 방송 송출, 제작, 송신에 필요한 고성능 장비는 필수적이며, 장애 발생 시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예비 장치와 원격 제어 시스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비의 성능이 곧 서비스 품질을 결정짓는 만큼, 엔지니어링 부서에서는 고사양 장비 도입을 강하게 요구한다. “이 장비가 있어야 우리 방송 품질이 유지됩니다!”라는 말은 엔지니어링 부서의 대표적인 목소리다. 하지만 이 요구가 모든 부서에서 흔쾌히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반면, 예산 부서에서는 장비 도입이 기업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꼼꼼히 따져본다. 장비를 한 번 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발생하는 감가상각비용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되며 기업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별표6】에 따르면, 방송통신 장비의 기준 내용 연수는 평균 8년이다. 이 말은, 장비를 도입한 후 8년 동안 매년 감가상각비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짜리 장비를 도입했다면 8년에 걸쳐 매년 1,250만 원씩 감가상각비가 발생한다. 이 비용은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되므로 매년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처음 도입 시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비가 쌓이면서 회사의 재무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산 부서는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 부서와 엔지니어링 부서가 각자의 입장에서 맞서고만 있다면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더 협력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예산
부서에서는 장비 도입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또한, 엔지니어링 부서는 꼭 필요한 장비와 그렇지 않은 장비를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도입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장비가 최신이거나 최고 사양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 요구와 재정적 제약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다.

더 나아가,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장비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감가상각비용 증가로 당기순이익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기술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투자임을 설명해야 한다. 주주들이 장비 도입의 필요성을 이해한다면,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결국, 기술적 요구와 재정적 부담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장비 도입이 가져다줄 장기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산부장님이 왜 장비 구매를 그렇게 싫어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칼럼을 시작했지만 결국 안정성과 높은 성능을 우선으로 하는 제작, 송출, 송신 엔지니어링 현장과 경영진과 주주들을 설득해서 회사의 이익과 배당을 높여야 하는 영업 및 관리부서의 입장이 충돌하지 않고 소통과 이해 속에 2025년도 예산서가 작성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