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고’ 무인 매장에 무슨 일이?

[칼럼] ‘아마존 고’ 무인 매장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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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우리는 빅테크 기업의 새로운 서비스 도전을 보면서 기술이 세상을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하곤 한다. 그래서 GAMA(Google, Apple, Meta, Amazon)나 MAGA(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로 불리는 플랫폼 기업의 움직임에 따라 미래 비즈니스를 준비한다. 이들이 바로 세계 경제의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을 기억하는가?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결제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시스템으로 아마존이 ‘아마존 고’를 오픈하며 내세운 무인 매장에 적용한 기술 이름이다. 입장에서 구매, 결제까지 자동화된 차세대 매장을 말한다. 2016년 시애틀에 아마존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매장을 열고, 2018년 상용 서비스를 오픈한 ‘아마존 고(Amazon Go)’는 무인 매장 시대를 예고했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금년에 세계적으로 110여 개 ‘아마존 고’ 매장 중에서 8개 지점을 폐점했다. 2024년까지 영국에 260개 ‘아마존 프레시’ 매장을 추가로 연다는 계획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마존 고’ 서비스는 여기서 실패로 끝날 것인가?

아마존은 영국 런던에 공식 1호 매장을 개점한 후에 2020년까지 약 2,000개 매장을 미국 전역에서 오픈한다는 당찬 계획이었는데,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기술의 실패인가? 서비스의 몰락인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저주 때문인가? 무인 결제 시스템인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은 사물인터넷 (IoT) 센서 기술,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 컴퓨터 비전 기술을 융합한 것이다. 기술 발전 양상으로 볼 때 기술적 한계는 아닌 것이 명백하다. 서비스 초기 ‘아마존 고’ 이용 방식은 사전에 ‘아마존 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고 QR코드를 생성시킨 뒤, 물건을 골라 카트에 담아 유인 계산대를 거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쇼핑을 마칠 수 있게 했다. 결제는 미리 등록된 카드 또는 계좌로 자동 처리된다. 일부 이용자는 센서 기술이 오렌지와 멜론을 구분하는지, 물건을 카트에 담았다가 다시 꺼내도 인식하는지, 일반 멜론과 유기농 멜론을 구분해서 계산 가능한지 등을 실험하기도 했다.

현재 적용된 생체 인식 기반 결제 시스템인 ‘아마존 원(Amazon One)’ 기술은 비접촉식 손바닥 정맥 인식 결제 기능으로 연령 확인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아마존 고’의 확장판이라는 시애틀의 ‘아마존 프레시’ 이용 영상을 보면 초기 ‘아마존 고’의 슬로건이던 ‘노 라인, 노 체크아웃(No Line, No Check Out)’과는 거리가 있다. 유인 계산대도 존재하고, 고객 서비스 센터에도 담당 직원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인 반품 시스템도 같이 존재한다.

완전 100% ‘무인 매장’ 서비스를 무색하게 만든 ‘아마존 고’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가장 큰 변화는 상품을 인식하는 카메라의 위치 이동과 확인 방식이다. 각 상품 블록 별로 상단에 촘촘하게 설치되었던 카메라가 사라지고, 구역별로 설치한 다수의 카메라로 이 일을 대체했다. 중간중간 설치된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서 가격도 물어보고, 서비스를 문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유인 계산대도 등장했고, 고객 서비스 센터에도 인력이 배치되었다.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뒤를 이은 CEO인 앤디 재시는 경영 성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과 기술의 조화도 비용 절감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100%에 가까운 무인 매장으로 설계했던 ‘아마존 고’였지만, 6년여 운영 경험으로 얻은 결론은 기술적 비용 부담이 컸었나 보다. 그래서 더 정교한 기술과 적정 인력으로 경제적인 서비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주인인 유통 시장에서 기술이 주목받고 관심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기술을 숨기고, 최소화하면서 비용 절감을 노린다. 카메라의 재배치와 숫자 조정, IoT 센서 조정, 무게 센서 재배치, 인공지능 서비스 최적화로 비용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 장비를 줄이면서 직원 배치를 선택했다. 근사하게 ‘휴먼 융합 기술’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여줘도 될 듯하다. 아마존은 이미 기술 비용, 운영 경비, 오류 튜닝 비용 등에 대한 비교 분석을 마쳤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아마존이 적자라고? 향후 아마존은 어떻게 될까? 그래도 아마존의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예를 들면 ‘아마존 원’ 원 천 기술은 유통 이외 분야에도 응용하면 수익화도 가능하다. 생성형 AI 시대에도 아마존 웹서비스라는 클라우드의 중요성도 증대된다, 무엇보다 ‘아마존 고’, ‘아마존 프레시’, ‘아마존 북스’ 등의 서비스 실험에서 확보한 오프라인 이용자의 데이터는 가치 창출용 재산 역할을 할 것이다. 확보한 영상·음성 데이터가 미래 비즈니스 구상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밀리마트, 폴란드 편의점 기업인 자브카도 등의 예를 볼 때 세계적으로 무인 매장은 확대되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도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일반 식당 등에서 사람 대신 키오스크 주문·계산과 로봇배달이 늘어나 고 있다. ‘무인 매장’ 분야의 아마존 사례는 고령화 시대에 인간과 기술이 슬기롭게 공존하는 참조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존은 지금껏 수많은 실험을 해왔고, 실패 사례도 많다. 하지만, 아마존이 손대는 모든 사업이 아마존화(化)되어 버린다는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실패해도 기술과 경험은 살아있다. 아마존의 파괴적 혁신이라는 지혜는 실패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