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콘텐츠는 새 컨테이너에 담아라

[칼럼] 새 콘텐츠는 새 컨테이너에 담아라

1950

[방송기술저널=박성환 EBS 정보보호단 단장]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단,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명제뿐이다.” 다이엘 벨의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 변화는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방송 미디어도 전통 미디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소셜 미디어 시장에 선제 대응하는 것은 어렵다. 인터넷이 세상을 두루 연결하면서 미디어 시장은 달라졌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환경’(출처: 오가닉 미디어, 윤지영 저)이 미디어라고 정의한 오가닉 미디어의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오가닉 미디어는 관계로 만들어지는 미디어, 살아서 진화하는 네트워크, 살아서 성장하는 유기적인 미디어를 말한다. 미디어 구성의 3가지 요소는 콘텐츠(Content), 컨테이너(Container) 그리고 컨텍스트(Context) 이다. 콘텐츠는 잘 아는 내용물이다. 영상,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컨테이너는 해당하는 내용물을 담고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와 장치를 말한다. 컨텍스트는 콘텐츠와 컨테이너를 활용할 수 있는 참여 환경을 말한다. “예를 들어 종이책에서는 손에 잡히는 책 모양이 컨테이너이며,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스토리(내용물)가 콘텐츠이고,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컨텍스트이다. 미디어들은 이 각각의 요소들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가에 따라 서로 구분된다.”(오가닉 미디어, 윤지영)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컨테이너는 TV, 라디오, 신문, 책처럼 콘텐츠를 담고 있는 단위인 물리적 컨테이너였다. 인터넷 기반 미디어의 진화는 기존의 물리적 장치인 PC나 스마트폰 등 물리적 컨테이너도 포함하지만, 소셜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소프트웨어적 컨테이너로 확장된다. 윤지영 박사는 “블로그 포스트나 SNS의 타임라인 또는 스트림(Stream), 140자의 트윗, 댓글, 스마트폰에 존재하는 애플리케이션 등이 모두 콘텐츠를 담고 있는 그리고 전달하는 단위, 즉 컨테이너이다.”라고 한다. 이런 개념을 기준으로 콘텐츠 서비스의 방향 전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핵심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담벼락 글, 140자 글, 이미지 공유 등 각각 다른 구조의 컨테이너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방송사는 이렇게 다양한 컨테이너와 결합된 콘텐츠 제공으로 소셜 미디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 바뀐 세상에 맞는 컨테이너에 어울리는 콘텐츠로 콘텐츠 라이프사이클을 늘려보자.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콘텐츠와 컨테이너의 결합으로 방송 서비스의 판을 바꾸는 생존 전략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컨테이너의 변화에 맞는 콘텐츠의 재구성으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열자는 것이다. 이제 기승전콘텐츠로 수렴하는 시장에서 기존 방송 플랫폼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소셜 플랫폼과 연결한 신서비스로 돌파구를 찾자. 페북의 담벼락, 트위터의 140자 글쓰기의 특성, 인스타그램의 이미지 제공, 틱톡의 춤 따라 하기가 모두 신유형의 컨테이너이며 콘텐츠의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가진 텔레비전이라는 고정 컨테이너는 변화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타임라인의 글쓰기, 영상 제공하기에서 콘텐츠 내용을 바꾸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그렇다면 지상파방송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름하여 ‘지상파 방송과 소셜 미디어의 컬래버레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핵심은 연결과 융합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정신으로 옛것을 보면서 새 기술을 융합하고 마침내 새로운 사용자 개념을 제시하여 신시대를 개척한 스티브 잡스의 철학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잡스의 주장은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결합’이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제임스 웨브 영의 이론과도 동일 선상에 있다. 이러한 창조적 접근을 모방하여 방송과 소셜 미디어의 결합으로 지상파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자.

발전의 출발점으로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 보자. 그동안 방송 플랫폼에 안주하여 플랫폼 간 협력 노력이 부족했던 점도 인정하자. 방송사의 SNS 계정 운영을 홍보 담당자의 업무 정도로 알고 있는 한계에서 빨리 벗어나자.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도 고수들만 생존하는 정글의 법칙이 존재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최고의 소셜 플랫폼부터 지상파의 새로운 콘텐츠를 심자. 인스타그램이라면 인간의 3대 욕망 중 하나인 식욕을 자극하는 콘텐츠 접목을 기획하자. 분절한 하이라이트 영상에 유튜브로 이어지는 링크로 흐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틱톡이 춤 따라 하기라는 짧은 동영상으로 흥을 돋우고 있으니, 이런 것은 오히려 방송 SB(Station Break)에 응용하면 좋겠다. 미디어 시장의 경쟁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물건(콘텐츠)을 공급하는 정도로는 1등의 지위를 얻을 수 없다. “고수는 손님의 입맛에 맞추지만, 최고수는 손님의 입맛을 바꾼다.”는 성담 스님의 말씀처럼 최고수가 되어야 한다. 플랫폼 융합과 기술 접목으로 시청자의 ‘입맛’을 바꾸는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소셜 미디어 컨테이너에 담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의미는, 개인 미디어의 주인인 시청자층의 빛깔에 어울리는 방송 포맷 개발을 포함한다. 요리도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품위가 달라지듯이 컨테이너에 따라서 콘텐츠의 유형과 장르도 달라져야 한다. 방송인이여! 손님의 입맛을 바꾸는 콘텐츠를 만들 준비가 되었는가?